“초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포기하지 말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4만여 명의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밝힌 코로나19 극복 원칙이다. 신 부회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오히려 생존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도 있었다”며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며 힘든 시기를 견디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결기가 느껴진다.

이 같은 메시지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제2의 반도체’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신 부회장은 “비상경영 체제는 미래를 당겨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불확실성에 맞서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자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회복의 희망 신호일 것이다.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역시 신사업 투자를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거듭 천명하면서 우리 경제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기 속에서도 시스템 반도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적을 기록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예고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선전과 글로벌 진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빠른 진단 검사 능력으로 국제 인지도가 급상승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위상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 큰 충격에 직면했을 때마다 기업가 정신으로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일궈내며 돌파했다. 지금의 국가대표 기업들은 이런 과정에서 탄생하고 성장했다. 이번에도 못 해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