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두 기관 사이에 갈등은 없습니다.”(은성수 금융위원장) “패싱(무시)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두 수장은 지난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입을 모았다.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사건의 제재 수위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이 또 갈렸다’는 해석이 이어지던 때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이 아니라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은행장을 중징계한 금감원의 결정을 ‘무리수’로 보는 기류가 강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매긴 과징금 액수도 20~40% 감경했다. 곧바로 ‘갈등설’이 또 불거졌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은 공식적으로 “우리는 원팀(one team)”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자꾸 싸운다고 해석하지 말라”며 “라임 사건도 ‘책임은 금융위가 질 테니 금감원이 꼼꼼히 검사하라’고 전권을 줬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외부에서 양쪽의 ‘팀워크’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런 힘겨루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계속 싸우고 호흡이 안 맞는 데서 오는 비효율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하관계로 묶여 있지만 20년 넘게 ‘밥그릇 싸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人事) 갈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복됐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가까운 온건 성향의 부원장(이상제·권인원)을 내보내려 했고, 금융위는 진보 교수 출신 부원장(원승연)부터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부원장 인사가 계속 미뤄지자 금감원은 아래 직급을 먼저 교체하는 ‘역주행 인사’를 했다.

전임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은 극에 달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종합검사 부활, 노동이사제 도입,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범, 키코(KIKO) 분쟁 조정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번 다른 의견을 내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해체’를 요구했고, 금융위는 금감원 예산을 2년 연속 깎았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