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지원' 이전지출은 피해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경제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해 대부분 1%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어두운 경제 전망과 불안감이 금융시장에 반영돼, 환율은 달러당 1210원대로 급등했고 코스피지수는 2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에는 0.2%포인트 내외의 타격을 줄 것이란 추정치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사스, 메르스 때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훨씬 많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타격은 더 클 것이 틀림없다.

현재로선 중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에 비해 훨씬 커졌고, 한국의 대중(對中) 경제관계 또한 이전보다 확대·심화됐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악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 한국 경제는 코로나19가 없더라도 어려운 상황으로, 이미 상당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한계상황에 놓인 이들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피해가 큰 특정 부문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지원일수록 효과가 크며 부작용은 적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우회적인 방법의 지원은 추가적인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전에 시도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정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점을 줄 필요는 없다.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기대응 정책도 절실하다. 이와 관련, 이전지출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부지출 중 직접적인 상품·서비스의 사용과 관련이 없는 이전지출은 경기활성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작은 편이다. 특히 최근의 소비침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탓이 크기 때문에, 이전지출의 효과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급하게 여러 대책을 강구하느라 여유가 별로 없겠지만, 가장 효율적인 지출에 집중하도록 해 재원을 아껴야 한다. 모든 것을 급하게 쏟아붓게 되면 올 하반기에는 어떻게 할지, 또 국가부채까지 급증하게 될 내년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할지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편, 금융권과 기업들은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등 금융 불안 현상과 관련해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상기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통화 불일치 문제다. 은행이나 기업이 외국에서 자금을 빌릴 때, 부채 중 상당 부분이 달러화 등 외화 표시가 돼 있는 반면, 자산은 주로 원화로 표시돼 있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로 계산한 부채가 증가해 자본이 감소하게 되고, 외환위기 때와 같이 원화가치가 폭락하는 경우 부채가 폭증해 파산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둘째, 만기 불일치 문제도 유의해야 한다. 단기 채권, 단기 차용 등 단기 부채가 많고 장기 채권, 장기 대출 등 장기 자산이 많은 경우다.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단기 부채를 연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 경우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지급해야 하는데, 장기 자산은 당장 팔 수 없거나 급하게 처분할 때 큰 손해를 볼 수 있고, 결국 대차대조표가 악화돼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요즘은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텅 비어 버린 도심, 한숨 쉬는 자영업자 등 암울한 소식만 넘친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