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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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이 위기와 고심 속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지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M&A)에 대해 제주항공이 "안정 대신 모험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시너지 효과는 기대된다. 다만 현재의 위기가 문제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악재 속에서 절벽까지 몰린 업황을 고려하면 단기 재무적 부담 가중은 불가피한 탓이다.

제주항공은 2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보통주 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가액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예상 인수가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모두 어려워지면서 양측이 인수가액 조정에 합의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번 M&A로 제주항공이 독보적인 1위 LCC의 지위를 공고히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운용대수는 각각 45대, 23대로 합치면 전체 시장의 40%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또한 각각 9.3%, 3.3%인 국제선 여객 점유율에 비춰 제주항공은 2위 아시아나항공(15.3%)과의 격차를 2.7%포인트로 좁히게 됐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단위비용 절감 등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자료=한화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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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기적으로 전문가들은 재무 부담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이 최근 리스료, 연료비 등의 지급을 지연할 정도로 현금 흐름이 악화된 상황인 만큼 2분기부터 연결회사로 인식되면 제주항공의 실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말 기준 약 15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업황을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은 아니란 평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결국 안정성보다 시장 재편의 기회를 선택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장기 구조조정 효과보다 당장의 재무 부담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이스타항공의 인력 효율성 제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익이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이스타항공의 현금 흐름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제주항공의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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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항공업계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전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항공산업 내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여행 자제 운동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LCC 업계가 위기에 놓인 만큼 시장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업 전체적으로는 이번 M&A로 단거리노선의 경쟁강도 완화, 공급조절 가능성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추가적인 시장재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고운 연구원은 다만 "이번 인수만으는 제주항공이 LCC 재편의 승자라는 확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관건은 인수 이후 제주항공이 참여할 이스타항공 유상증자 규모이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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