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종로 출마 후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종로 출마 후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 후보 선정을 놓고 자유한국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후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당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황 대표는 일찌감치 '보수통합'과 '헌신'을 외치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3일 중진의원과 당 대표급 주자들의 동반 수도권 출마를 촉구하며 비례대표 선택지를 지워버린 것.

하지만 출마 선언 이후 한 달 동안 출마 지역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이 전 총리가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줄곧 이 전 총리 대항마로 거론되는 등 황 대표의 출마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황 대표의 수도권 출마를 놓고 후보 지역을 대상으로 가상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30일을 전후로 서울 용산구·양천갑·구로구·영등포구 등의 지역구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종로구는 후보지에 없었지만 황 대표는 모든 여론조사에 출마 예정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황 대표가 출마 당시 거론한 당 대표급 주자들의 수도권 동반 출마 가능성을 점쳐보고, 종로에 발목 잡힌 황 대표에게 명분과 실리를 만들어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종로 출마' 프레임의 탈출구를 만들어주면서 당 대표급 주자들과 '수도권 어벤저스'를 구축해 동반 출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이 부각되고 있는 것.

한국당이 종로 출마 후보자로 '정치 신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종로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나설 경우 '골리앗 대 골리앗'의 빅매치 구도가 펼쳐지지만 현재로선 한국당이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새 전략으로 보인다.

과거 손수조 후보 사례처럼 젊은 정치 신인을 종로에 출마시키는 이른바 '다윗'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로 이사를 마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 전 총리가 지난 24일 종로구 통인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종로구로 이사를 마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 전 총리가 지난 24일 종로구 통인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할 후보군을 찾지 못하자, 경량급 신인인 손 후보를 내세워 '힘 빼기' 전략을 구사했다.

선거 결과 손 후보는 43.75%의 득표로 패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과의 격차는 12%포인트에 불과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종로구 정치 신인 투입 안에 대해 "그런 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 내 '다윗 전략' 가능성을 인정했다.

주 의원은 "정치 지역구에 거물이 나오면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거물을 내서 선거를 치르는 방법이 있고, 아예 다른 차원의 청년이나 신인이나 이런 분을 내서 말하자면 비대칭 전략으로 선거를 분이는 방법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만든 프레임이 쉽게 응할 필요는 없다"면서 "황교안 대표의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이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구도로 끌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당대표로서 전국 선거 지휘도 해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당의 종로 출마 후보자를 놓고 '골리앗'이냐, '다윗'이냐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5일까지 종로를 포함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모 결과를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공모기간 연장 또는 전략공천 지역 선정 등이 검토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