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음 총선이 지나고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협치 내각’을 구성해 임기 후반 국정 운영의 동력을 얻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같은 구상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총선에서 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나타났듯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협치 내각을 구상했지만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문 대통령은 “(야당 인사에게) 입각 제안에 대한 언론 보도도 있었고,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 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며 “(제안받은) 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협치를 위한 정치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기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함께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그들이) 내각에 합류하면 배신자처럼 평가받는다”며 “대통령이 (야당 인사 영입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 야당 파괴,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내각의 구성 권한까지 주는 연립정부(연정) 추진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각제에서 하는 연정과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몇 석을 배정하는 건 어려우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노무현 정부 때 경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 개혁을 조건으로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권을 한나라당에 넘기는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여야 모두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참여정부에서 가장 아팠던 일”로 꼽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