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에 펀드 판매사들은 책임이 없을까. 은행·증권사들은 판매사 공동 책임론을 선제 차단하기 위해 합동 대응단까지 꾸렸다. 파생결합증권(DLS)이나 파생결합펀드(DLF)와 달리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들 판매사 주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1년 미만 단기로 운용하는 채권형 상품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매사 측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양측 간 책임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등 판매사 16곳은 공동 대응단을 꾸리고 이달 말로 예상되는 금융감독원 실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라임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19개 은행·증권사 가운데 피해가 크지 않은 산업은행·농협은행·키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가 모두 참여했다”며 “기본적으로 판매가 아니라 운용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인 만큼 라임운용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는 위험등급이 3~4등급 수준으로 DLS·DLF(1~2등급)에 비해 낮은 데다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상품 구조도 복잡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소지가 낮다는 게 판매사들 논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정황이 명백한데도 판매사들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라임운용에만 떠넘기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 10일 투자자 세 명을 대리해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등 두 곳을 사기죄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하기도 했다.

판매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은 실익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펀드가 청산되더라도 라임운용 측과 파생거래(TRS)를 통해 자금을 대출해 준 증권사들이 우선적으로 분배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애먼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들도 펀드의 기초자산이 전환사채(CB)나 사모사채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이자수익(펀드 판매 수수료)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나 6개월~1년짜리 단기 상품으로 쪼개 판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내줄 돈이 없는 라임운용을 상대로 굳이 소송을 건 이유는 투자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