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금은 올바른 시점 아냐"…에스퍼 "떠나지 않을 것"
이라크 총리 "철수 내용 담긴 서한 받았다…철수 외에 출구없어"

'미군 철수' 놓고 美-이라크 갈등…'철수 서한' 진실 공방도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살해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군의 이라크 철수 여부를 놓고 7일(현지시간) 양국 간 공방이 벌어졌다.

미국이 이란과의 충돌에 이어 이번에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협력해온 이라크와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는 전날 미군의 이라크 태스크포스 책임자 명의로 이라크 연합작전사령부에 보내진 서한에서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서한 내용이 보도되자 미국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직접 "철수할 계획이 없다"며 서한 발송은 "실수"라고 부인했지만, 이라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와 관련, "어느 시점에 우리는 나가기를 원하지만, 지금은 올바른 시점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이라크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 지휘관이 이라크 측에 보낸 서한에 대해 초안이라고 강조하면서 "내가 아는 한 서명된 편지가 아니다"라며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명된 서한이 보내졌는지를 확인해봤지만, 서명본은 보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와 관련, "혼란을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미군 철수' 놓고 美-이라크 갈등…'철수 서한' 진실 공방도
그러나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TV로 중계된 각료 회의에서 전날 미군이 이라크 철수를 위해 취할 조치들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자신이 받은 편지가 서명된 번역본으로 "공식 서한"이라며 "이라크로부터 철수하는 것을 겨냥한 (미군) 재배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 외에는 출구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대결을 향해 치달을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역사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앞서 이라크 의회는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폭사한 뒤인 5일 미군 등 외국 군대가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에는 약 5천2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라크 의회의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다"면서도 이라크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결의 이후 어떻게 나아갈지는 불분명한 채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WP는 3명의 관리를 인용,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측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철수' 놓고 美-이라크 갈등…'철수 서한' 진실 공방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