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티카 거너 IBM 데이터 AI연구소 부사장은 “2년 안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고객 비율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리티카 거너 IBM 데이터 AI연구소 부사장은 “2년 안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고객 비율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앞으로 2년 이내 IBM의 기업 고객 10곳 중 9곳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할 것입니다.”

리티카 거너 IBM 데이터 및 AI연구소 부사장은 7일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 세계 크고 작은 기업이 AI 기술을 통해 조직을 혁신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너 부사장은 IBM의 AI 서비스인 ‘IBM 왓슨’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부터 IBM 왓슨의 고객 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AI가 만드는 AI 시대

거너 부사장은 “IBM이 기업 고객 45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고객 비율은 2017년 14%에서 지난해 37%로 2년 만에 2.6배 늘었다”며 “지금 추세라면 2년 후 이 비율이 80~9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CES 2020] "AI는 기업 생존의 문제…IBM 고객사 90%, 사업에 활용할 것"
기업들이 AI 기술을 채택하는 것은 성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기업 고객은 이미 법률계약서 작성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과거 사람의 수작업으로 며칠이 걸리던 법률 검토작업을 AI를 통해 2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인해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기보다 변호사의 업무 성과가 개선된다는 게 거너 부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을 AI가 맡으면서 변호사들은 정말 중요하고 필수적인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회계법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6조달러를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AI를 채택하느냐, 안 하느냐가 기업의 생존 문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고객 AI 기술 개발 집중

거너 부사장은 “올해 AI 기술의 주요 화두는 스스로 동작하는 ‘오토 AI’가 될 것”이라며 “AI가 AI 앱(응용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운영하며 모니터링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AI를 활용하는 앱에 필요한 코드와 알고리즘 등을 AI의 도움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는 “음성 언어만으로도 AI 기능을 갖춘 앱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음성 AI 서비스의 확산도 눈에 띄는 트렌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거너 부사장은 “독일 최대 항공회사인 루프트한자,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AI를 고객 상담업무에 활용해 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헬스케어와 같은 일부 산업 영역에선 AI가 선택한 결정을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AI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AI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너 부사장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IBM의 AI 경쟁력을 묻자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을 위한 AI 서비스”라고 했다.

언어번역, 자율주행과 같은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AI 기술보다는 기업고객들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는 의미다. 그는 “대기업조차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의 80%를 쓸모없이 버리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IBM은 이런 기업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홍열 IT과학부장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