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봇과 셰프봇에 맞춤형 트레이닝을 해주는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까지.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선보인 삼성의 신개념 로봇들이다. 김 사장과 함께 연사로 나선 삼성전자 임원들은 원격재활과 스마트 빌딩 서비스도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그린 미래 생활상이면서 냉장고, 세탁기 같은 전통 가전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융합형 기기로 영역을 넓히려는 미래 가전 청사진이기도 했다.
< “볼리야 이리와” >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에서 열린 ‘CES 2020’ 기조연설 행사에서 첨단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동반자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볼리야 이리와” >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에서 열린 ‘CES 2020’ 기조연설 행사에서 첨단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동반자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험의 시대에 인간 중심 혁신”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신기술과 신제품을 관통하는 단어는 경험이다. 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향후 10년은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가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소유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경험을 기대한다”며 “이런 개인의 요구가 모여 기술 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경험의 시대에는 다양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삼성의 인간 중심 혁신이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인간 중심 혁신의 대표 제품으로 소개한 게 반려봇이었다. 사람 손바닥만 한 노란 공처럼 생긴 ‘볼리’라는 로봇이었다. 김 사장이 가는 곳마다 따라 가고 갑자기 서면 같이 멈췄다. 앉아서 손을 내밀면 다가와 손에 쏙 들어오고 방이 지저분해지면 옆에 있는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켜 청소까지 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사장은 볼리를 지능형 컴패니언(동반자) 로봇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볼리는 인간 중심 혁신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로봇 연구 방향을 잘 나타내 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볼리에 모바일기기 안에서 인공지능(AI) 연산을 처리하는 ‘온 디바이스 AI’가 들어가 보안 로봇이나 피트니스 도우미 로봇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인 ‘젬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인 ‘젬스’. /삼성전자 제공
미국 원격재활 시장 진출

김 사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부사장은 원격재활 서비스를 소개했다. 승 부사장은 “개인 맞춤형 케어를 발전시키려면 AI 리더십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미국 대형병원 그룹인 카이저 퍼머넌트와 제휴해 심장 질환 재활 프로그램 ‘하트 와이즈(heartwise)’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기기를 활용해 만성 심장 질환 환자의 심장 상태를 상시 확인해 이상 징후가 일어나면 전문 의료진의 진료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다.

페데리코 카살레뇨 삼성전자 북미 디자인혁신센터장은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인 ‘젬스’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쓰고 가상의 개인 트레이너에게 맞춤형 피트니스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사무실과 주차장을 가정집처럼 구현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가가면 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자동차 가까이 가면 조명이 켜지고 시동이 걸리는 형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시티에 대한 비전을 소개했다. 에밀리 베커 삼성 넥스트 전무는 “2050년까지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거주하게 될 것”이라며 AI, 5세대(5G) 이동통신, 에지 컴퓨팅 등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이 가져올 변화를 빌딩, 교통, 커뮤니티 등 세 가지 분야로 구분해 설명했다. 베커 전무는 삼성전자가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에 적용할 홈 IoT를 사례로 들었다. 음성 명령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가정용 식물재배기와 스마트 시티 개념도 처음 공개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개인이 안전하게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착한 기술’을 추구하겠다”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라스베이거스=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