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들 전과 없지만 훔친 금액 많고 도주 우려 있어 영장"
'전주 천사' 성금 절도범들에 구속영장…"사업자금 쓰려 훔쳤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주완산경찰서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A(35)씨와 B(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전날 오전 10시께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기부금 6천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연례적인 '몰래 기부'가 이번에도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서 범행을 모의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지난 26일 오전 7시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주민센터 인근에서 대기한 데 이어 범행 당일 오전 2시부터 8시간 동안 노송동주민센터 근처에서 잠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에 쓰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판은 A씨 거주지인 논산에서 전주로 내려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물이 묻은 휴지로 가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평소 동네에서 눈에 띄지 않던 SUV를 수상하게 여긴 노송동주민센터 부근 주민이 차량 번호를 적어뒀다가 경찰에 제보함으로써 A씨와 B씨는 도주 4시간여만에 전북경찰청과 충남경찰청의 공조로 충남 논산과 대전 인근에서 붙잡혔다.
'전주 천사' 성금 절도범들에 구속영장…"사업자금 쓰려 훔쳤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오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와 돼지 저금통에 든 동전을 합한 6천16만2천310원, 그리고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A4용지 등을 회수해 조만간 노송동주민센터에 넘길 예정이다.

A씨 등은 경찰에서 "유튜브를 보니 얼굴 없는 천사가 이맘때 오는 것 같더라. 사업 자금이 필요해서 (천사를) 기다렸다가 돈을 훔쳤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A씨가 고교 후배인 B씨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전과는 없고 수법이 여느 지능범들처럼 치밀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훔친 금액이 비교적 많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