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女선장의 탄생
한국 여성으로 외항선의 첫 선장이 된 사람은 구슬 씨(33)다. 한국해양대 출신인 구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항해사 경력을 쌓은 뒤 2017년 싱가포르 선사 BTS탱커스의 화학제품 운반선 선장이 됐다. 한국해양대에 여성 입학이 허용된 1991년 이후 26년 만이었다.

최근에는 국적선사에서 첫 여성 선장이 나왔다. 엊그제 현대상선의 대형 컨테이너선 선장으로 임명된 전경옥 씨(38)는 2005년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3등 항해사로 입사해 2008년 1등 항해사가 된 지 11년 만에 선장으로 승진했다. 전씨는 중동 항로의 ‘현대 커리지’호를 지휘하고 있다.

선장은 배의 모든 승무원을 통솔하고 안전 운항과 화물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다. 선장이 되려면 해양대 등 정규 교육기관 이수 후 3등, 2등, 1등 항해사를 차례로 밟아 올라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1984년 선원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선원이 될 수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여성의 승선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다. 전 세계 선원 150여만 명 중 여성은 2%에 못 미친다.

일본에서는 2017년 NYK선사에서 창사 132년 만에 최초의 여성 선장이 탄생했다. 당시 33세였던 고니시 도모코 선장의 연봉은 1000만엔(약 1억6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여성 선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크루즈 선장인 케이트 매큐는 12만t급 선박을 지휘하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바다를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기는 것은 이제 옛날얘기가 됐다. 바다와 여성은 공통분모를 많이 갖고 있다. 서양 언어에서 선박을 뜻하는 단어는 여성명사이고, 진수식의 테이프 커팅은 꼭 여성이 한다. 첫 항해는 ‘처녀항해’라고 부른다. 우주선에서도 ‘배’와 ‘항해’라는 단어를 쓴다.

미국의 첫 여성 우주선장인 에일린 콜린스는 1999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사령관으로 무사히 임무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길 바란다. 당신이 별을 향해 나아가길 꿈꾼다면 그것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그가 말한 별은 우주에서나 바다에서나 똑같이 빛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