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고 있는 건 과연 실재일까?
1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개인전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에서 작가가 내던진 화두다.

에를리치(46)는 주로 거울 등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적용해 엘리베이터, 계단, 수영장 등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2001년과 200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소개된 것을 비롯해 바비칸 센터(런던), 모리미술관(도쿄), MALBA(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는 에를리치가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포스터 13점으로 구성된 공간인 '커밍 순'으로 시작한다.

'커밍 순'은 에를리치에게 영감을 준 영화들을 모은 공간이다.

작품의 본래 맥락에서 벗어나 이미지에서만 출발해 자유롭게 이름 붙여진 영화 포스터들은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허상' 속에 사는 걸까? 에를리치 개인전
이어진 공간에서는 색다른 체험을 느낄 수 있는 '더 뷰' '엘리베이터 미로' '탈의실' '잃어버린 정원' 등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탑의 그림자'다.

에를리치의 인기작인 '수영장'의 구조를 발전시킨 것으로, 석가탑의 또 다른 이름인 '무영탑'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제작한 신작이다.

이 작품에서 그림자는 단순한 반영 이미지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주체의 불완전한 인식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타자나 외부 세계를 상징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에를리치의 작품에서는 상반되는 것들이 공존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해진다"며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