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하락세가 둔화되던 D램 반도체 가격이 다시 약세를 보이며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최대 고객사인 글로벌 IT(정보통신) 업체들이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탓에 직접 투자를 미루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8기가비트(Gb)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4.42% 내린 2.81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6년 6월(2.94달러) 이후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D램 값이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작년 9월(8.19달러)과 비교하면 65.6%나 떨어졌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올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거의 매월 전달보다 두 자릿수 하락률을 이어왔다. 8~9월 두 달 연속 보합세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주요인은 공급과잉 측면이 크다. 작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대폭 늘린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고객사인 IT 기업들은 재고 조절을 하며 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7~9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500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2분기보다 10.3%, 전년 동기보다 74.4% 급감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영업익이 4726억원으로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5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선 93%나 줄었다.

그나마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D램 출하성장(Bit growth·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생산량 증가율)은 28%, SK하이닉스는 23%로 모두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만큼 보유 재고가 빠르게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익 17조57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작년 3분기 D램 출하성장은 19% 수준이었다.

반도체 재고량도 줄고 있다. 올 1분기 14조5796억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자산은 지난 2분기 14조523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3분기에는 재고자산이 더 줄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재고자산 감소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의 주요 징후로 인식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올 4분기부터 고용량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이어지고, 데이터 서버는 신규 플랫폼 확산에 따라 수요 견조세가 지속하면서 재고 수준 안정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D램 재고 수준은 3분기 말 기준 5주 정도로 정상화 수준에 진입하고 있다"며 최근 수요 회복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업계는 내년 1분기 이후 가격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분기부터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 D램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1분기 중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서버 업체들의 수요 재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출시로 내년 D램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질 경우 D램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공급과잉에 대한 조치로 구형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상보형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D램 생산량을 효율화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시설투자를 줄이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재고를 관리하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