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주가가 오를수록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
흔히 미니스커트는 불황기에 유행한다고 알려졌다. 궁핍해진 여성들이 저비용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방법으로 미니스커트를 선택한다는 논거였다.

김희선 대전대 패션디자인&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저서 <잘못 알려진 미니스커트 경제학>에서 “이는 잘못된 이론”이라고 반박한다. 어쩌다 잘못 활자화된 이론이 계속 반복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스커트 이론은 1926년 미국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불황기에 긴 스커트, 호황기에 미니스커트’라는 주기 유행 이론으로 처음 내놨다. 테일러는 경기가 좋을 때는 여성들이 고급 실크 스타킹을 드러내려고 스커트를 짧게 입고, 경기가 나빠지면 값비싼 스타킹을 사기 어려워 긴 스커트를 착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적 측면에서도 극단적인 경기 침체로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아를 표현하려는 욕구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 자신의 신체를 숨김으로써 더 안정감을 가지려고 한다. 저자는 스커트 길이와 국내 주가 지수의 상관성을 직접 연구한 결과 주가가 오를수록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는 흐름을 밝혀냈다.

총 3부로 구성한 이 책은 1부에서는 패션 이론과 경제 이론을 소개하고, 2부 ‘명품 경제학’에서는 명품 브랜드의 등장 및 관련 명품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3부 ‘룩(Look)의 경제학’에서는 ‘헵번 룩’ ‘재키 룩’ 등의 사회 문화적 뒷이야기를 추적한다.

저자는 미니스커트 이론으로 시작해 패션과 경제, 사회의 함수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주요 명품의 탄생 배경과 명품을 선호하는 국가의 경제발전 과정, 인기 패션아이템에 대한 비화 등을 들려준다. 패션계 최고 발명품인 진이 파란색으로 만들어진 이유, 동양인이 명품을 선호하는 배경, 어설픈 부자들이 명품으로 몸을 휘감는 사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션소비 전망, 패션계에 ‘그레이 르네상스’가 열리는 배경 등을 짚어낸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들의 지향점과 가치도 알아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