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입정책 근간 흔들려선 안돼"…대교협 "대학 자율 훼손"
학부모들은 자녀 상황 따라 의견 달라…조희연 "일반적인 수능 확대론 반대"
[대통령 시정연설] 정시확대 언급에 교육계 "우려"…학부모는 찬반 엇갈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고 한 데 대해 교원단체와 대학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교원 단체들은 대체로 교육 개혁 방향이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논평에서 "지난 9월 대입제도 개편 언급에 이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불가능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효성이 없다.

공교육 정상화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정시가 확대되면 학교는 수능 위주, EBS 문제집 풀이 위주 교육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입시제도 개혁은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에서 마련하는 과정에서 조정돼야 하지만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또다시 수시-정시 비율 논쟁으로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사노조는 "정시 확대는 '공정성' 가치를 실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교육 열풍, 강제 자율학습, 문제풀이 교육을 불러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그간 정·수시 비중이 너무 한쪽에 쏠려 있어 불균형했던 만큼 정시를 일정 부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정시 확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들은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학생 선발 주체인 대학과 어떤 협의도 없이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여론에 의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면서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학생 선점 경쟁을 벌여왔는데 지역대학이 또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학종은 학종 그 자체로 개선해야지 수능 확대와는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저희 (교육청) 입장"이라며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조 교육감은 "개별 대학이 음성적인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면서 학종을 특수목적고 학생 선발 도구로 악용하는 데 대해 보완조치는 필요하지만 이를 일반적인 수능 확대론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사필귀정"이라면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학부모들이 2년 내내 정시 확대를 요구해왔는데 현 정부가 외면하더니 결국 귀를 기울이게 됐다"면서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총선용'이나 '정치 쇼'가 아니라 실제 현장의 고통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고등학생 학부모 정모(48)씨는 "어제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 영역이 폐지되면) 정시 확대 대신 면접을 강화한다고 해서 '조국 사태'를 보고도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싶어 화가 났었다"면서 "당장 내년부터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자녀의 내신 성적에 따라서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대통령 시정연설] 정시확대 언급에 교육계 "우려"…학부모는 찬반 엇갈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