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중국 경제 밝지 않다
중국은 지난 18일 올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0%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보다 0.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큰 문제가 되는 일일까.

물론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건 6.0%라는 실질 경제성장률 수치는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 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아직 요원한 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정책당국이 재정·금융정책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은 금융회사의 대출과 융자에서 시작한다. 중국 경제의 방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유일한 징표도 이런 여신의 움직임이다. 지금 중국의 대출 추이는 지난해 말 바닥을 친 뒤 약간 증가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출과 융자의 확대가 부동산, 인프라(사회기반시설), 제조업의 투자를 부양하는 데 기여했다. 제조업이 아직 극도의 침체 상태에 있지만 수익 면에선 바닥을 쳤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3분기 성장률 27년 만에 최저

이제부터는 노동시장을 뒤덮고 있는 불투명성이 아주 천천히 해소될 것 같다. 고용 상황은 이익과 투자가 개선되면 나아지기 쉽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제조업 구매 담당자들의 고용 체감 지수는 아직도 악화 일로에 있지만 분위기는 올해 중반부터 누그러지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국 경제 성장에서 몇 가지 문제가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지방정부가 인프라 정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발행을 허가한 모든 지방채의 올해 판매 분량을 이미 다 팔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내년 할당분의 조기 발행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인프라 투자 분위기가 곧 가라앉을 것이다.

둘째, 대출과 융자의 증가 자체가 다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총 대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8% 증가해 6월 증가분 11%보다 약간 줄어들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약 6년 만에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올랐다. 식품물가 상승률도 11%에 육박했다. 산업과 고용은 여전히 바닥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통제할 수 없는 식품과 주택의 가격 인상과 자본 유출에 따른 압력에 의해 손발이 묶인 상태다. 인민은행은 결국 물가 상승률의 가속이나 통화를 불안정하게 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대출을 줄이면서 경기 팽창을 경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인민은행, 다시 대출 줄일 수도

셋째,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양국에서 계속 와일드 카드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무역 회담을 둘러싼 부분 합의가 다시 붕괴하고 미국이 12월에 추가 관세를 발동하면 제조업 투자와 고용은 다시 추락할 것이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해보면 내년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이 많이 흔들릴 것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자산이나 중국 리스크가 있는 자산에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가는 중국 경제의 전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너새니얼 태플린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A Wobbly Foundation for China’s 2020 Growth’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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