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항공기 부품 무관세' 폐지 재고해야
항공업계가 ‘보이콧 재팬’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노선에 빈 좌석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이미 운항 감축에 들어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말부터 무안~오이타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다음달부터는 부산·대구에서 출발하는 일본 노선 정기편 운항을 멈춘다. 에어부산은 9월부터 대구~도쿄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대구~오사카, 대구~기타큐슈 노선의 운항횟수를 줄인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오사카, 부산~삿포로 등의 노선을 중단할 계획이다. 항공업계의 진짜 위기는 여름 성수기가 끝나는 시점에 시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사의 영업은 노력만으로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이다. 환율, 유가, 금리 같은 경제적 요인에 실적이 좌우된다. 정치·외교, 질병과 재난 같은 우발적 상황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연평균 8.6%의 여객증가율로 항공시장은 빠르게 팽창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위기 때마다 업계는 휘청거렸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급성감염병 메르스, 2017년 중국 사드 보복의 경험처럼 2, 3년마다 반복됐던 우발적 상황은 항공산업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잘 보여준다.

항공업계는 이번 한·일 갈등의 위기상황도 버텨낼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동안 내수시장이 포화에 이르면서 LCC들은 국제노선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노선 개설이 자유로운 일본 시장은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들이었다. 일본을 대체할 노선을 개발해야 할 중국과 동남아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싼 티켓을 파는 외국항공사들의 방어가 만만치 않다. 최근 체결된 항공협정으로 운수권이 늘어날 중국 시장 역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항공사들의 공세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는 위기 때마다 착륙료, 공항시설 이용료, 항공유 등에 대한 한시적 감면과 인하를 통해 업계를 지원했다. 지금은 단기적 처방보다 산업의 기초체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항공운송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간산업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국적항공사의 평균임금은 전체 산업에 비해 1.4배 더 높고, 항공기 한 대가 도입될 때마다 약 130명의 직접고용이 뒤따른다. 새로운 노선이 추가될 때마다 15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협력기업과 관광산업에는 간접고용 효과가 더해진다.

항공운송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후진적이다. 항공여행이 특별했던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항공서비스의 대중화 시대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조세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운송사업용 항공기에 대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사업용 항공기에 대해 재산세와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선박, 버스, 택시, 철도 등에 대해서는 지방세 감면 등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혜택 축소 방침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EU, 일본 등 경쟁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기 교역에 관한 협정(TCA)’과 국내 법령을 통해 항공기 부품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그런데 국적항공사들의 항공기부품 수입에 대한 한시적 관세 감면 혜택은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6년부터는 면세 혜택이 없어진다. 항공기 부품의 무관세화는 원활한 정비부품 수입으로 항공안전을 강화하는 유인이 되고, 항공정비(MRO)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한·일 갈등의 유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생존·발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경쟁국 수준의 지원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