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4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한 데 이어 다음 보복으로 예고한 한국의 ‘화이트(백색) 국가’ 지정 제외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 정부 훈령을 개정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날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재 27개국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이 빠지면 일본 기업은 한국에 수출할 때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높지 않은 ‘비(非)리스트 품목’에 대해서도 개별 수출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정밀부품, 화학 등 식료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 수출허가제가 시행돼 대부분의 산업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금수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품목이라고 해도 군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수출 허가를 통제한다. 다만 화이트 국가에는 개별 수출허가 신청을 면제해주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비리스트 품목 중에서도 특별히 대량살상무기(WMD) 전용 우려가 높은 40개 품목을 예시로 들고 있다. 여기에는 티탄합금과 같은 특수강과 주파수 변환기, 대형 발전기, 방사선 측정기 등 여러 산업에 필수인 기기·부품·소재가 포함돼 있다. 이 품목들은 이날부터 수출 규제가 시작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처럼 일본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대체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일본산과 같은 품질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직접 규제 대상을 이번 3개 소재를 시작으로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수출관리제도는 각국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불합리하고 상식에 반한다고 하지만 원래 수출관리제도는 각국이 상대국에 대해 독자적으로 평가해 운용하는 것”이라며 “유럽연합(EU)도 한국에 최고의 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