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수요 전망이 악화되면서 급락하더니, 최근 중동에서 이란과 미국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며 등락하고 있습니다.

원유 시장은 어떤 상황이며, 향후 유가의 움직임은 어떻게될까요. 17일(현지시간) 콜럼비아대학이 뉴욕에서 개최한 강연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닐 애킨슨 원유산업·시장 헤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문답식으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란 사태에도 유가 상승 어렵다"
Q: 이란 사태의 영향은?

A: 이란 사태는 분명히 위험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국제 원유 시장은 제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아직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석유 공급에 대한 커다란 위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미국에서 생산 확대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충분한 추가 공급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재고는 충분한 수준이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급 중단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미국의) 정치적 메시지도 분명히 전해지고 있다.

Q: 그렇다면 유가는 안정될 수 있는가.

A: 미국과 이란간의 긴장으로 인해 유가가 이번 주 오를 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수요 둔화, 물가 하락,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해 이란에 대한 제재 부과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러시아의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미국의 증산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원유 재고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1분기에도 재고가 상당량 증가했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은 감산 때문에 하루 320만배럴의 예비 생산능력이 놀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수급이 타이트하다고 여겨지지 않고 있다.

Q: 공급은 어디서 계속 늘어나는가

A: 베네수엘라, 이란 등에서 주로 감소하고 미국 중심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8년 하루 1100만배럴에서 2024년 1370만배럴로 향후 5년간 거의 280만배럴 증가할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은 유가 수준에 따라 약간 변할 수 있지만 매우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최근 목격하듯이 셰일산업에서는 합병이 활발하다. 이를 통해 재무적으로 탄탄해지고 채굴 기술도 발전하면서 증산은 계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Q: 미국 셰일은 세계 원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A: 미국의 셰일 업계를 보면 기존 다른 나라와의 생산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셰일은 수많은 사업자가 프라마켓에서 돈을 벌면 더 채굴하고 돈을 벌지 못하면 문을 닫는 구조다. 그야말로 시장 경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국가가 생산계획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한다. 국가 경제 성격이 강하다. 10년 전에는 세계 원유 시장에는 매우 적은 수의 기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없이 많다. 그때와는 지금은 너무 환경이 달라졌다.

Q: 전기차 확대 등으로 석유 수요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A: 2030년까지 오일 수요의 정점(peak)를 목격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자동차와 효율 향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보다는 항공 등 물류 및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수요 증가, 그리고 중국 인도의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IEA는 향후 5년간 세계적으로 매년 하루 120만배럴, 즉 5년후엔 지금보다 하루 710만배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수요는 계속 증가해왔지만, 증가속도는 2022~2023년부터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

Q: 무역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A: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서 유가에 대한 시장 기대는 약화되고 있다. IEA는 최근 두달 연속으로 연간 세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금은 무역전쟁 등으로 알 수 없는 시기다. 일주일 뒤에 (G20 회의에서) 불확실성이 걷힐 지 기다려보자. 만약 미중 합의가 이뤄진다면 미국 에너지의 대량 수입 약속이 포함될 것이다. 이는 세계 원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Q: OPEC이 7월초 회의를 열어 하반기 감산을 논의하는데.

A: OPEC은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이 주요 도전자다. OPEC은 볼륨보다는 가격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등의 증산을 감안할 때 OPEC은 감산 노력을 계속해야할 것이다. OPEC 원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고 있다.

OPEC은 감산할 것이다. 러시아가 현재 시장 안정자(스테이블라이저)다. 러시아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러시아가 OPEC과 협조하기로 하면서 굉장한 효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처럼 원유 변동성이 크다면 계속해서 OPEC과 협조를 할 것으로 본다.

Q: OPEC의 영향력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A: OPEC 원유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란의 감산으로 인해 2024년 생산 규모가 지금보다 하루 50만배럴 가량 줄어들 것이다. 지정학적 충격이 없다고 가정할 때 현재 OPEC 회원국들은 하루 320만배럴의 예비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은 유가에 대한 상승 압력을 상당히 제한할 것이다.

Q: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전망은?

A: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과잉캐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석유화학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셰일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가 집중 투자되고 있다. 2024년 중국이 미국보다 원유정제능력은 커질 수 있지만, 수요와 효율성으로 인해 가동률은 미국이 90%대, 중국은 70%대에 그칠 것이다. 이는 효율이 낮은 중국 유화공장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원유는 유황함유량이 2~3% 수준이지만 미국 셰일은 유황함유량도 매우 적다. 좀 더 발전된 정제 시설이 더 각광받을 것이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란 사태에도 유가 상승 어렵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