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경기 용인시 공세동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인근 일부 주민의 거센 반대에 가로막혔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국내 클라우드 발전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시는 “네이버가 지난 13일 ‘용인 공세 도시첨단산업단지 건립 추진 중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14일 밝혔다. 네이버는 공문에서 “공세동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을 회사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 춘천에 1호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2017년 2호 데이터센터를 용인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올해 건립을 본격 추진했다. 데이터센터는 정보기술(IT) 기반의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시설이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구동 등에 필요한 핵심 공간이다.

공세동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와 오염물질 발생 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해 왔다. IT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강국으로 가는 데 절실한 토대가 데이터센터”라며 “외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더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AWS·MS도 도심에 데이터센터 있는데…"전자파 안된다" 주민반대에 막혀

'님비 덫'에 걸린 네이버, 용인 데이터센터 포기
네이버의 새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무산되면서 국내 클라우드산업에 먹구름이 끼었다. 외국 클라우드 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는 지역주민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클라우드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3대 엔진으로 통한다.

당초 네이버는 경기 용인시 공세동 일대(약 14만9633㎡)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클라우드 첨단산업단지(공세동 프로젝트)’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관련 투자비는 5400억원으로 책정했다.

데이터센터는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인터넷 기업의 핵심시설이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 춘천에 첫 데이터센터 ‘각(閣)’을 세워 운영 중이다. 용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등에 따라 급증할 데이터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기업에 맞설 기반으로 삼을 예정이었다.

이런 전략적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공세동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정부의 산업단지 지정이 필요했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로 행정절차가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들은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에 짓는 데이터센터가 건강을 위협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특고압 전기공급시설에서 유해 전자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비상발전시설·냉각탑에서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는 과도한 우려라고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일상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극저주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데이터센터 극저주파를 피클, 젓갈의 극저주파와 같은 등급(2B)으로 분류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수가 증발해 발생하는 수증기도 인근 대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 건립하려고 한 것은 인근에 AI와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 관련 연구소를 세우려 한 전략과 맞물려 있었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선 수도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국내 50여 개 데이터센터 중 주거시설, 학교, 업무시설과 인접한 곳은 30개가 넘는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서울 가산동, MS는 경기 평촌 등 도심에 있는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싱가포르 데이터센터는 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어정쩡한 태도가 네이버와 주민 간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인시는 네이버가 알아서 갈등을 해결하길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네이버가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할 때와는 크게 다른 태도였다.

당시 정찬민 용인시장은 네이버를 방문해 투자를 당부하는 등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용인시장이 바뀌면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꼬였다. 네이버는 공세동 프로젝트 무산으로 다른 후보지를 공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