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전기요금 누진제의 저소득층 보호 효과가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매우 약하다’고 결론 내고 최근 한국전력공사에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고 여름철(7, 8월) 누진구간 확대 등 부분적인 요금 개편안을 확정할 경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전기 사용량, 소득과 비례 안해"…누진제 개편 논란 커질 듯
감사원은 올해 초 ‘전기요금제도 운영 실태’를 조사하면서 ‘누진제의 저소득층 보호 효과’를 분석했다. 감사원은 “누진제는 1974년 ‘가구의 소득수준과 전력 사용량이 비례한다’는 전제 아래 도입됐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감사원 의뢰를 받은 서울대 전력연구소는 1만 가구를 표본으로 삼은 뒤 국세청 자료 등을 활용해 소득·가구원수와 전기 사용량 간 관계를 따져봤다.

이 결과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현행 누진 1단계(월 전력사용량 200㎾h 이하) 가구 중에서 저소득층(2017년 기준 월 평균소득 150만5000원 이하) 비중은 전체의 18.5%에 불과했다.

전기요금이 가장 싼 1단계를 적용받는 가구 중 월평균소득이 845만원을 넘는 고소득층 가구는 10.8%에 달했다. 1단계 요금을 적용받는 가구는 작년 기준으로 1400만여 가구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 최고 누진배율을 적용받는 3단계 가구 중 저소득층 비중은 7.2%였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소득보다 가구원 수가 전력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봤다.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전기 저소비층이 곧 저소득층’이란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가구원 수로 보면 누진 1단계 중 1~2인 가구는 전체의 46.4%에 달했다. 반면 3단계 가구 중 과반수(58.1%)가 4인 이상이었다. 부모를 부양하거나 자녀가 많으면 소득과 관계없이 ‘징벌적 수준’의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지난 11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저소득 4인 가구가 고소득 1인 가구보다 전기를 적게 쓴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민·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태스크포스(TF)는 △7, 8월 누진구간 확대(1안) △7, 8월 누진단계 축소(2안) △누진제 완전 폐지(3안) 등 세 가지 개편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종안은 한전 이사회 의결, 전기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달 말까지 확정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