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3건을 9월 정기국회에 맞춰 제출하기로 했지만 국회 통과에 험로가 예상된다. 관련 법안에 대해 여야 간 논의가 전혀 없었던 데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비준을 압박하고 있는 국제 사회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헌법상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비준동의 요청이 국회로 넘어오면 먼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논의한다. ILO 3개 협약(결사의 자유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협약 제29호)이 국내법과 상충되기 때문에 상임위의 심사와 결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외통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다. 하지만 외통위원장을 자유한국당의 윤상현 의원이 맡고 있고, 위원 구성 역시 보수 진영(한국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절반(전체 22명)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법의 처리는 더욱 험난하다. 비준동의가 법적인 효력을 갖기 위해선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병역법, 형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 이들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정부는 법안을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인 법안 개정과 관련, 전문가 및 노사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당은 비준안과 관련 법 개정안에 모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환노위원장인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특히 협약 내용은 한국 노사관계 토양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