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성의 정자로 인공수정…내 자식일까?
아내가 다른 남성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는 남편의 친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 대법원이 22일 연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서는 기혼 여성이 출산한 자녀에 대해 자동으로 그 남편의 자녀로 인정하는 민법상 ‘친생추정 원칙’의 예외를 넓히는 문제를 놓고 36년 만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공개변론 석상에 올라온 사건의 원고 송모씨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아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착각한 송씨는 이번에도 부부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양육비 갈등까지 불거지자 두 자녀 모두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동안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만 친생추정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198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송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례를 바꿔야 한다는 측에선 과학 기술 발달 등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고 측을 대리한 김혜겸 변호사는 “친생자 추정과 관련한 규정은 1958년 민법 제정 시 만들어진 것으로 1983년 대법원 판례도 당시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명백한 친자관계 부인 근거가 ‘부부의 별거’밖에 없었기 때문에 예외로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과학기술 발달로 친자관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친생추정 원칙 예외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녀의 신분 안정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또 제3자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했을 경우 나중에 변심해 친생관계를 부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