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흔드는 환율…환차익 노린 큰손들, 국내 부동산서 돈 뺄 가능성"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달러당 1100원 초반이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턱밑까지 올라왔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바라보며 끝을 모르고 하락 중이다.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시작되고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폭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을 만나 최근 불거진 경제위기설과 경제위기에 따른 부동산시장 폭락 가능성을 짚어 봤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올 들어 외화나 주가 등의 가격 변수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동안 주목받았던 이벤트들, 즉 미·중 무역갈등과 미·북 협상문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예상과 달리 노딜로 끝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이런 측면에서 주가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환율은 교환변수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로 자본이 몰려감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원화는 지난 4월 이후 주요 국가 중 터키 리라만 제외하고 아르헨티나 페소와 함께 가장 많이 떨어지고 있는 통화다. 경제위기라고 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 미·북 협상문제 등 대외환경 변화만이 현재 위기를 초래한 것인가. 국내 내부 상황은 문제가 없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왔을 때는 돈이 부족한 유동성에 의해 그것이 경제시스템 위기를 일으키고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번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외환도 풍족하고 재정도 건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를 비롯해 통화가치라든가 이런 것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 내부 문제도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3.1%, 중국은 6.4% 성장한 걸 보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이 대외환경 탓이라고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법인세율 인상 등 반(反)성장 정책을 펼친 게 문제가 됐다고 본다.”

"집값 흔드는 환율…환차익 노린 큰손들, 국내 부동산서 돈 뺄 가능성"
▷이런 환율 급등 같은 대외 경제 변수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주식·채권·외환시장과는 다르게 지금까지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비교적 분리돼 있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인이 부산 해운대에 투자한다든지 중국인이 제주에 투자하는 등 외국 자본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시장도 이제는 세계 흐름과 상당히 결부돼 있는 것이다. 최근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한국 부동산보다는 해외 부동산이 환차익이 더 생기게 된다는 의미다. 환율 올라가면 세계 부동산 지형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국내 부동산에서 자금이 빠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국내 투자자 움직임도 달라졌을 것 같다.

“국내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대체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많은 글로벌 금융 자산을 가지고 투자를 운용하는데, 해외 글로벌 리츠 상품이라든가 해외 부동산에도 투자를 많이 한다. 또 최근 국내 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베트남 아파트시장, 달러 표시 글로벌 리츠 상품 등 해외 부동산에 대체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급등으로 국내 투자자가 환차익을 노리고 더 빠르게 해외 부동산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내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해서든 상승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투자자로서는 주식, 채권 같은 것에 투자할 때에 비해 리스크 매니지먼트, 즉 위험 관리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 부동산시장은 더 개방될 것이고 세계 경제에 따라 가격변동성도 심해질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흐름을 예측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