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인재 블랙홀' 된 미래에셋
미래에셋대우가 금융투자업계의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파생상품 트레이딩 부문에 30대 ‘젊은 피’ 본부장과 외국인 인재를 스카우트한 데 이어 새 먹거리인 스페셜시추에이션 부문에도 국내 최고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인재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초 강나영 전 도이치증권 상무(45)를 스페셜시추에이션본부 담당 임원(상무)으로 선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스페셜시추에이션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이 부서는 기업회생, 파산, 경영권 승계 등 ‘특수 상황’이 발생한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업무를 해왔지만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분야로 통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10월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물류회사 판토스 지분 전량(지분율 19.9%)을 인수하면서 스페셜시추에이션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구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에 판토스 지분을 넘기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주)LG 지분에 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강 상무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나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론스타 등을 거쳐 2006년부터 메릴린치에서 스페셜시추에이션 업무를 맡았다. 2009년에는 도이치증권 한국총괄로 자리를 옮겨 국내 증권업계에선 처음으로 스페셜시추에이션 투자를 시작했다. 강 상무는 “신용등급이 없는 기업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 미래에셋대우의 여러 부문, 다양한 상품과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다른 회사와 ‘스카우트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우수 인재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트레이딩 1부문 대표(부사장)에 김성락 전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50)을 임명한 게 대표적 사례다.

트레이딩 1부문 산하 에쿼티파생본부장과 FICC파생본부장으로는 김연추 전 한투증권 투자공학부 팀장(38)과 강현석 전 대신증권 FICC팀장(38)을 각각 영입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운용팀장에는 한투증권에서 일했던 프랑스 국적의 메르제르 다비드 사샤(34)를 배치했다. 최근엔 김 대표의 요청으로 외국 증권사에 근무 중인 외국인 인재들을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는 경쟁사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 방대한 자본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