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공무원 천국'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면적이 서울의 1.2배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얘깃거리가 많다. 지난해 1인당 소득이 5만6113달러로 아시아 1위다. 인적자본지수 세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국가경쟁력 순위 2위에 올랐다. 싱가포르항은 상하이에 이은 세계 2위의 항만이다.

해외토픽에 나올 법한 화젯거리도 넘친다. 태형(곤장)이 남아 있다. 마약 무기밀매 성폭행 밀입국 등의 범죄자에게 태형을 집행한다. 껌 판매와 반입도 금지한다. ‘흉하다’며 아파트 베란다에 이불을 널지 못하게 하고, 변기 물을 내리지 않으면 많은 벌금을 물린다.

엄격한 금연정책도 유명하다. 담배 한 갑 가격이 1만원을 웃돌고, 금연구역에서 흡연하거나 꽁초를 버리면 수십만원의 벌금이 나온다. 도덕주의적 냄새가 물씬하지만, 마카오에 이은 세계 2위의 도박국가라는 점은 의외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센토사 섬, 두 군데 카지노 매출이 라스베이거스보다 많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무원들의 고액 연봉이다. 미국 USA투데이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연봉이 161만달러(약 18억7000만원)로 각국 정상 중에서 1위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40만달러)보다는 4배나 많은 규모다. 그나마 많이 깎인 액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총리 연봉은 37억원, 장관 연봉도 15억원을 웃돌았다. 많이 낮아졌지만 지금도 장관 5억~8억원, 초임과장 1억원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재를 공직으로 모으려는 남다른 전략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고위 공무원 보수를 세계 최고로 인상하는 법안을 1993년 발의했다. “민간보다 나은 대우로 최고의 인재를 뽑아 국가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리콴유 초대 총리의 공무원 사랑은 유별났다. 1965년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이었다. “적절한 대우가 공무원 청렴 유지에 필수”라는 그의 말대로 싱가포르에서는 공무원 부패소식을 듣기 힘들다.

‘공무원 경쟁력’으로 치자면 한국도 빼놓을 수 없다. 우수한 관료 시스템은 한국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박봉을 감수했다는 점에서 더 위대하다. “관료들의 지위를 보장하고 생계를 꾸릴 만한 월급을 지급한 것은 1967년께의 일”(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었다. 하지만 이제 싱가포르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공무원도 박봉을 벗어난 지 오래다. 올해 연봉은 평균 6360만원으로 3519만원(국세청 2017년 기준)인 직장인을 크게 웃돈다. 그래도 민간으로 옮기는 우수 공무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무원이 유능한 싱가포르와 민간이 유능한 한국의 같은 듯 다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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