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하겠다는 대기업이 줄을 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국적항공사를 보유하면 기업 위상은 물론 브랜드 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14일 “30대 기업 가운데 범(汎)LG가와 삼성,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을 빼곤 다들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탄탄한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기업이 먼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까지 인수 검토 안건이 올라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그룹과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 물류사업을 확장 중인 CJ그룹도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발빠른 기업들은 지난주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금액을 비롯해 인수 후 신용등급 변경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 등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PEF)들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유동성을 공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뤄왔던 투자를 재개하면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투자를 검토했던 한 PEF 관계자는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매물로 나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PEF는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10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 방식의 영구채를 인수한 뒤 나중에 CB를 주식으로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EF들은 항공사를 인수하려면 국토교통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단독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경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항공업은 금리·유가·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사업이어서 섣불리 뛰어들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상은/이동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