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물가는 기준금리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목표로 ‘물가 안정’을 제시하고 있다. 물가가 높은 것 못지않게 낮은 것도 부담 요인이다. 물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금리를 낮춰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 한은은 최근 경기 침체발(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될 경우 한은으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물가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탄력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低물가에 고민 깊어지는 한은…'연내 기준금리 인하' 힘 실리나
일본 노무라증권은 2일 발표한 ‘한국, 지속되는 저물가’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 4분기 이전에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지난달 25일 금리 인하 시점으로 4분기를 제시했는데 이날 그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은 것이다.

전망의 주요 근거로는 저물가를 꼽았다. 보고서는 “올 들어 3개월 연속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도 0.8%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한참 밑도는 물가 상승률이 계속되는 만큼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전무는 “둔화하는 수출·광공업 생산 지표, 미국 금리인상 압박 감소 등도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역시 최근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강화되고 국내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뚜렷할 경우 한은이 연내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아직까지는 금리 인하에 선을 긋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를 아직 늦출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 가계부채 증가 등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금리를 내리면 금융 안정 문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날 3월 물가 상승률이 1~2월보다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에 대한 한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달 중순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낮출 경우 연내 금리 인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작년 말 이후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에서 ‘소수파’가 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 ‘비둘기파’(금융완화론자)가 다시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