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 출시 후 애플의 가장 큰 전략적 변화다.”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애플의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뉴스 구독 서비스 발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애플은 새로운 TV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HBO, 쇼타임, 스타즈 등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난해 인수한 뉴스앱 텍스처를 통해 200여 종의 신문, 잡지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폰 이후 가장 큰 변화"…애플, 동영상 앞세워 서비스기업 변신
애플 앱은 그동안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은 하지만 앞으로는 삼성 스마트TV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중심축이 (IT 기기에서 앱 서비스로) 이동한 것”이라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에 많은 압박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애플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연말 시즌(2019 회계연도 1분기, 2018년 10~12월) 판매 감소를 기록해 주가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20% 가까이 내려앉았다. 고가 스마트폰 출시로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아이폰 판매량이 줄자 쿡 CEO는 연초부터 투자자들의 눈길을 서비스 사업 매출 증대로 돌리려 애썼다. 애플이 지난해 거둔 매출(2656억달러) 중 15%를 차지한 앱 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 매출의 원천이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1위 업체),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1위 업체) 등 경쟁사의 매출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애플의 약점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에서 이뤄지는 내부 결제에 30%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최근 들어 덩치를 키운 이들 기업이 애플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도 애플에 리스크로 떠올랐다. 스포티파이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앱스토어에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애플 동영상 서비스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쿡 CEO는 2017년 초부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을 2020년까지 두 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월례 서비스 회의’를 열고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 사용 시간과 유료 서비스 결제액 등을 보고받았다.

애플은 이 같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가 공격적인 투자로 코드커팅(케이블TV 가입 해지)을 늘렸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수가 케이블TV를 넘어섰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오리지널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이보다 8배 많은 80억달러를 자체 제작 콘텐츠에 쏟아부었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1억3900만 명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올해도 콘텐츠 제작에 1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14억 대의 자사 기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텃밭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동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2025년까지 2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략이 통한다면 애플은 PC 보급에서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를 이을 전망이다. 변신에 실패한다면 노키아, 블랙베리 등 휴대폰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기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