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회의원 300만원 이상 고액후원금 자료 분석
지방의원·기초단체장 후원 지속…보험용? 눈도장? 시각도
기업인·유명인사 고액 기부 눈길…익명 기부자도 많아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끼리 '품앗이'를 통해 기부하는 사례는 올해도 여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18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동료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또, 지방의회 의원과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보험용'으로 현역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누이좋고 매부좋고'…국회의원 '품앗이' 기부 여전
◇ 국회의원들끼리 '후원금 주고받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철희 의원이 같은 당 기동민 의원에게 연간 후원금 최대 한도액인 500만원을 후원하고, 남인순 의원에겐 박홍근 의원이 역시 500만원을 기부했다.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19대 때 자신의 지역구를 넘겨받은 무소속 손혜원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권성동 의원에게 같은 당이었던 이군현 전 의원이 500만원을 기부했고, 김용태 의원에게 정두언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의원이 500만원을 후원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비례대표 출신의 신용현 의원에게 당시 같은 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오세정 현 서울대 총장이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과 100만원을 기부했다.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으나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이상돈 의원은 민주당 김성수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 지방의원·자치단체장의 '보험용' 후원
지역구의 광역·기초의원, 기초단체장 등이 현역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이영세 세종시 의원이 500만원을 기부했고, 민주당 우상호 의원에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500만원을 후원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자 전북 정읍의 당협위원장인 이수혁 의원에게는 이익규 정읍시의원이 5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김숙희 울릉군 군의원에게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박창재 기초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받았다.

한국당 박순자 의원도 이민근 시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에게는 관악구의 이성심 기초의원이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과 14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후원금을 내는 것은 지방선거 공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역 의원들에게 '보험'을 들거나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 가족 후원 '눈길'…기업인·유명인 기부도
형제지간이나 친인척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자신이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자신의 친형이 회장을 맡고 있는 삼일그룹의 사장 2명에게 각 500만원씩 1천만원, 상무 1명에게 3차례에 걸쳐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자신의 동생인 강제호 부회장에게서도 500만원을 받았다.

기업인이나 유명인들이 기부한 사례도 있었다.

SBS 미디어그룹 회장을 지낸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은 민주당 원혜영, 우상호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했고,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은 한국당 김영우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민병철어학원으로 유명한 민병철 민병철교육그룹 회장은 민주당 임종성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또,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에게 500만원, 정몽윤 현대해상보험 회장에게 500만원을 각각 기부받았다.

히트 예능을 다수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PD)인 여운혁 씨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부회장은 민주당 우상호 의원에게 200만원 한 차례와 10만원씩 13차례 등 총 330만원을 냈다.

사모펀트 MBK파트너스 김광일 대표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각각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후원했다.
'누이좋고 매부좋고'…국회의원 '품앗이' 기부 여전
◇ 신원 불명확한 '묻지마 기부' 빈번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면서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익명성도 여전했다.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의 경우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지만, 공란으로 남겨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관위가 이날 공개한 2018년 300만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을 보면, 지난해 고액기부 사례 3천268건 가운데 후원자가 밝혀야 하는 직업을 아예 적지 않은 경우가 72건이었다.

직업을 밝히더라도 '회사원'(1천82건), '자영업'(954건), '사업'(89건), '직장인'(82건) 등 모호하게 밝힌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기타'라고 적은 경우도 수두룩했다.

또, 연락처나 생년월일 등을 아예 적지 않은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기부자들이 신원을 노출하기를 기피하고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아도 처벌할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