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통해 240조원어치 주식 보유…도쿄증시 1부 시총의 4%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도쿄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과도한 주식 매입에 나서 향후 자본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올 1월 말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s) 보유액은 도쿄증시 1부 종목 시총의 4% 수준인 약 24조엔(약 240조원)에 달한다.

금융완화 정책을 앞세워 증시에 개입하는 일본은행의 주식 매입은 신탁은행을 통해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와 도쿄증시 1부 종목 지수인 토픽스(TOPIX)에 연동된 ETF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본은행의 日기업 대주주화 가속…부작용 우려 목소리
시장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인 ETF를 사면 여러 종목의 주식에 간접투자를 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일본은행이 ETF 매입을 시작한 것은 2010년 12월로, 당시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금융 위기의 후유증이 남아 있을 때였다.

일본은행은 ETF 매입에 나서는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도쿄 증시의 오전장이 약세를 보이면 오후장에 ETF를 사들여 지수를 떠받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꺼번에 사들인 규모가 700억엔(약 7천억원)을 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 주요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실제로 ETF 매입을 처음 도입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도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3월 취임 후 금융완화 정책의 강도를 높여온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체제에서는 이례적인 조치가 일상화됐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ETF 매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ETF 매입을 시작할 당시 연간 상한을 4천500억엔(4조5천억원)으로 설정했으나 2016년 7월에는 이 기준이 연간 6조엔(60조원)으로 대폭 상향됐고, 또다시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이상도 용인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로 인해 작년 일본은행의 ETF 매입액은 6조5천억엔을 넘어섰다.
일본은행의 日기업 대주주화 가속…부작용 우려 목소리
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다양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일본은행이 주요 기업의 '대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간의 ETF 매입을 늘려온 효과로 작년 1월 말 기준 일본은행이 실제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 유통기업인 뉴패밀리마트홀딩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34개사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주주권 행사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한 경영 감시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은행이 주가 부양을 위해 기계적인 매입에 나서 기업의 실질 가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주가가 급락할 경우 일본은행은 거액의 손실을 볼 수 있다.

JP모건증권의 추산에 따르면 TOPIX가 1,350선을 밑돌면 일본은행 보유 ETF 평가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900선이 깨지면 자기자본 잠식상태에 빠지게 된다.

26일의 토픽스 시초가는 1,619.61였다.

장래의 출구 전략도 난제로 거론된다.

일정 시한이 지나면 일본은행이 보유 ETF를 팔아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아 주가 폭락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보유 ETF를 처분하는 데는 6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쿄신문은 최악의 경우라도 발권 능력이 있는 중앙은행이 파산하진 않겠지만 세금으로 중앙은행을 구제하는 일이 생겨 국민부담이 늘고 엔화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