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NYT의 '소주성' 비판
‘정반대 경제정책이 낳은 한·미의 엇갈린 희비.’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언론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 후유증을 분석한 최근 기사 제목이다. 대규모 감세와 규제혁파 등 친(親)기업 정책으로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증세와 최저임금 급속 인상 등 친노동 정책 탓에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NYT는 이 기사에서 “경제 정책은 장기간 분석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정부의 성과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소주성(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외부 평가는 거의 비판 일색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거인(중국)의 그림자’란 심층 분석 기사에서 “한국 경제가 새 성장 모델로 갈아타지 않으면 장기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며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최저임금 급속 인상과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경제학계에서 ‘소주성’은 소수 이론 중에서도 변두리로 분류된다. 근로자와 가계의 소득을 올리면 소비가 늘고 기업 투자와 생산도 늘어 소득이 증가한다는 이론인데, 마르크스 경제학의 아류인 ‘포스트케인지언’이 내놓은 ‘임금주도 성장’이 원형이다.

대부분의 학자는 임금주도 성장론을 경제이론이라기보다 이념이나 사상으로 여긴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 등 석학들은 “(임금주도 성장은) 경제학적으로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라고 잘라 말한다. “국가는 파괴적 낭비를 유발하는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국가 개입만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제를 가능케 한다” 등의 이념과 도덕의 잣대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치명적인 결함은 실증된 성공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복지와 과도한 임금·연금 인상으로 국가 부도를 맞았던 그리스, 굶주림에 못 이긴 국민들이 나라 밖으로 탈출하는 베네수엘라 등 실패한 사례만 즐비하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도 과실을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는 이론은 그 자체가 기만이다. 경제가 발전하는 국가들은 예외 없이 ‘투자와 혁신, 생산성 주도’의 전략을 취한다. ‘소주성’을 고집한다면 한국 경제가 회복 불능의 구렁텅이로 깊숙이 빠져들 것이란 경고를 이제라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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