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중국 내에서도 경고 목소리 커지는 '일대일로'…대상 국가 중 절반이 부적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최근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주요 참여국들 사이에서 일대일로 사업으로 빚더미에 올랐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일대일로 참가국에 뿌린 부채 폭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인데요. IMF는 부도 위기에 몰린 저개발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채의 불분명한 규모와 성격 탓에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저개발국에 인프라 건설 자금을 대규모로 빌려줬는데, IMF는 이들 국가의 구제금융 요청을 접수하면서 이들 나라와 중국과의 불투명한 거래 때문에 해당 국가의 부도 위기 정도를 파악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대일로는 2013년 시 주석이 집권하면서 처음 제창한 것으로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육상·해상으로 연결하는 경제 협력 사업이다. 중국이 주로 국유은행을 통해 해당 국가에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국유기업을 통해 철도 도로 항만 댐 등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참여국들이 채산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리한 투자 계획을 수용하면서 재정난에 빠지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사실상 약탈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일대일로엔 중국의 지정학적 패권 추구 전략이 숨어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일대일로 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대와 베이징에 있는 싱크탱크 타이허(太和)연구소는 최근 일대일로 사업 대상 국가 100개국을 조사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절반에 가까운 49개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베이징대와 타이허연구소는 △정책 △인프라 △무역 △금융 △인적자원 교류 등 5가지 분야에서 일대일로 사업의 적합성을 평가했는데요. 5가지 지수를 종합한 결과 남태평양에 있는 쿡제도가 일대일로 사업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국가로 평가됐습니다. 이어 팔레스타인, 예멘, 시리아, 부탄 등의 순서로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를 포함해 모두 49개국이 금융과 인프라 부족으로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일대일로 사업에 가장 적합한 국가로는 러시아가 꼽혔습니다. 이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독일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19개국은 일대일로 사업과 전반적으로 원활한 통합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평가됐습니다. 또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프랑스 등 14개국은 일대일로 사업에서 큰 잠재력을 갖춘 국가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앞으로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