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은 내외 금리 차보다 글로벌·국가별 리스크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외국인의 채권투자 결정 요인 변화 분석’을 보면 한국에서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유출입은 차익거래 유인보다 글로벌·국가 리스크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외국인 채권투자 결정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위기 이전(2004∼2007년), 위기 기간(2008∼2009년), 위기 이후(2010∼2017년) 등 3개 기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금융위기 이전엔 금리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이후엔 통계적으로 뚜렷한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대신 글로벌 금융 리스크나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 리스크 등 개별 국가 리스크가 커지면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수치로 보면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 변동성을 100%로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엔 금리 차의 기여율이 23.0%에 달했다. 글로벌 리스크는 16.8%, 국가 리스크는 0%에 불과했다. 위기 이후에는 금리 차가 미치는 영향력은 0.2%로 쪼그라든 반면 글로벌 리스크는 2.3%로 금리 차보다 기여율이 커졌다. 국가 리스크도 0.7%로 영향력이 확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경상수지 흑자 폭은 2012년 이후 증가했고 외화 보유액도 꾸준하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단기외채 비율(외환보유액 대비 1년 이하 단기외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다.

외국인 채권투자 성격이 위기 이후 달라진 영향도 있다. 민간자금에서 공적 자금 위주로 바뀌었고, 만기도 중·장기화됐다. 외국인 투자 가운데 공적자금의 채권보유 잔액 비율은 2008년 10%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71%까지 커졌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