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덕'들의 놀이터 된 시코르… 신세계百 죽전점에 12호 매장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인 시코르가 지난 8일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에 12호 매장(경기점)을 열었다.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시코르 1호점을 낸 지 1년여 만이다. 신세계는 연내 시코르를 2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코덕’의 놀이터 된 시코르

시코르는 문을 연 이후 ‘코덕(코스메틱 덕후, 화장품 마니아)들의 놀이터’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규모 체험형 공간을 마련해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살 수 있던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볼 기회를 주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한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코르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브랜드들에도 입점 기회를 줬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메이드 인 이탈리아’ 색조 자체상표(PB)를 내놓기도 했다.

시코르는 1호 매장을 연 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장했다. 1호 대구신세계점은 개점 100일 만에 목표 대비 매출을 50% 추가 달성했다. 백화점에서 파는 고가 화장품은 물론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해외 제품 등 320여 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원스톱 뷰티 쇼핑’을 가능하도록 한 게 주효했다.

다양한 콘셉트의 ‘셀프바’도 시코르의 강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상주하는 전문 아티스트들과 상담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두 번째 매장 강남점은 ‘화장품 매장은 백화점 1층’이라는 공식을 깼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 1층에 문을 열고 20~30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시코르 강남점이 문을 연 2017년 5월 이후 1년간 20대 소비자 비율은 전년보다 2.7%포인트 늘었다. 30대도 7.0%포인트 증가했다.

콧대 높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도 시코르가 들어선 지하 1층 매장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맥을 시작으로 12월엔 샤넬, 올해 1월엔 아르마니가 시코르가 자리 잡은 지하에 새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샤넬은 시코르와 비슷한 메이크업 셀프바를 도입하고 젊은 소비자에 맞춘 콘셉트를 선보이는 등 시코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내 20호점까지 확장

시코르는 올해 들어 스타필드 코엑스점, 대전 둔산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잇따라 열었다. 대전 둔산점은 충청권의 첫 시코르 매장이다. 지역 중심상권에 있어 하루 평균 1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12번째로 선보인 경기점은 시코르의 주 타깃인 20~30대에 더 초점을 맞췄다. 시코르가 문을 연 4층은 스타벅스가 있어 경기점에서 젊은 소비자 비율이 가장 높은 층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191㎡(58평) 규모지만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버 이사배와 컬래버레이션한 ‘수아도르’, 겟잇뷰티 MC 김수미가 만든 ‘유이라’를 포함해 ‘수마노’, ‘디어달리아’ 등 20~30대가 즐겨 찾는 제품 위주로 구성했다.

백화점 1층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와의 중복률을 10% 미만으로 최소화했다. 1층과 중복되는 고가 브랜드는 미니 아이템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에스티로더 ‘갈색병 에센스’ 저용량(20mL) 제품 등을 들여놨고, 메이크업포에버의 파우더와 픽서도 저용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시코르는 최근 화장품 유통에 이어 제조업에도 뛰어들었다. ‘시코르 메이크업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3월부터 프리미엄 PB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색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제조한 쿠션, 립스틱,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등 7종을 판매한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시코르를 통해 신세계가 유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