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 구은수 前청장 1심 무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시위 진압 현장의 경찰관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5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현장 책임자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 살수차 조작 요원 한모·최모 경장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시위에 참가했다가 머리 부위에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아 두개골 골절을 입어 이듬해 9월 숨졌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에게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한 경장과 최 경장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구 전 청장에게까지 지휘·감독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구 전 청장이 총괄책임자지만, 안전한 살수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 의무는 현장 지휘관인 신 전 단장이 부담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은 시위 이전에 열린 대책회의에서 매뉴얼 준수를 강조하면서 살수차는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 꼭 절차를 지킬 것을 당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지휘관과 실무 담당 경찰의 책임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신 전 단장에 대해 “현장 지휘관으로서 과잉 살수 우려가 있을 때 중단하게 하는 등 주의 의무나 지시 의무가 있다”며 “적절한 지휘 감독을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경찰 내부에서는 구 전 청장이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현장 책임자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관은 “구 전 청장의 무죄는 무리한 기소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공무 중 일어난 사고 책임을 현장 경찰관에게 지운 판결이어서 향후 경찰 조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무죄가 나온 구 전 청장에 대해서만 항소할 계획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