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각 분야에 활용되는 상황에서 단지 산업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키워야만 하는 것이다. 우주산업이 대표적인데 그중에서도 국가 위성항법사업이 두드러진다. 사업 이름 앞에 굳이 ‘국가’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는 국가가 시급히 해야 할 인프라사업이라는 뜻에서다.

위성항법은 항법위성을 띄우고 이를 통해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정밀위치를 결정해주는 것이다. 자동차 운행 시 목적지 추적을 위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도 위성항법을 활용한다. 한국에서 쓰이는 내비게이션은 미국이 운영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군사 및 산업 용도로 GPS 위성을 운영하지만 지금까지는 세계 모든 국가가 쓰도록 개방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우주기구(ESA: European Space Agency)를 중심으로 갈릴레오라는 위성항법사업을 추진 중인데 일부 위성은 이미 발사했다. 이에 질세라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 중국은 베이더우(BeiDou) 위성항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위성항법시스템을 타국이 무료로 쓰도록 개방하는 것에 대해 대국다운 큰 아량으로 여길 수도 있다. 실상을 보면 세계의 ‘PNT 시스템’ 표준을 장악하려는 국가와 이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국가들 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PNT 시스템은 ‘position, navigation and timing’의 약자로 위치, 방향, 시간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이는 교통, 통신, 물류, 무기체계 등 모든 국가 인프라 운영에 필수요소다. 당연히 어느 국가의 PNT 시스템이 다른 국가에서 사용된다면 사용 국가의 PNT 시스템은 제공 국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만약 사용 국가를 제재하기 위해 PNT 시스템 사용 제한 조치를 내리면 사용 국가의 산업 전반이 일시에 마비될 수 있다. PNT 시스템의 독립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정보기술(IT)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PNT 시스템을 타국에 의존할 수는 없다.

국가 PNT 시스템을 가장 효과적이고 완벽하게 구축하는 방안은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를 대상으로는 하지 않고 자국과 주변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위성항법시스템을 추진하는 국가도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인도다. 인도는 IRNSS 위성항법사업으로 지금까지 7대의 항법위성을 발사해 운영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QZSS 위성항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9월 시험용으로 첫 번째 항법위성을 발사해 시험 중이며 총 7개의 항법위성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 위성항법사업을 추진하려면 항법위성을 구입하든지 개발하든지 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정지궤도 복합위성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개발하면 된다. 항법위성시스템을 구축하면 지상 교통, 항공, 해양, 군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종류의 전자기기에 정교한 위치, 방향, 시간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드론, 자율주행차산업 활성화는 물론 많은 신규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국가 인프라가 탄생하는 셈이다.

국가 위성항법사업 추진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항법위성이 위치할 위성궤도와 위성항법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 해외 위성항법시스템과의 협력 방안도 찾아야 한다. GPS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 중국과의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가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대단히 클 것이다. 이에 더해 타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