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서울 주요 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의 다세대·단독·다가구 등 지분 물건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서 있는 까닭에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2~3일 안에 거래된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얘기다.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물이 점점 쌓여가는 매수자 우위의 아파트 시장과는 달리 재개발 지분 시장은 매도자 우위인 분위기다.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뉴타운9구역은 최근 대지 23㎡ 다세대주택이 7억원에 매매 거래됐다. 3.3㎡당 1억원에 팔린 셈이다. 이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물건이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3.3㎡당 8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주택형이다. 석 달 새 1억원 가까이 올랐다. 138㎡ 규모 단독주택은 3.3㎡당 3500만원 선에 나와 있다. 면적이 큰 물건은 초기 투자자금이 7억~8억원 이상 들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쪽으로 매수세가 더 몰린다. 나순성 한강리치공인 대표는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물건은 거의 없는데 매수 희망자들은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감정가 대비 4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의 노량진뉴타운 역시 시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4구역이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꾸준히 진척되고 있다. 대지 면적 23㎡ 다세대주택은 현재 3.3㎡당 6000만원이다. 지난해 7월 4300만원, 지난 1월 5000만원에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일선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물건은 구역별로 2~3건에 불과하다. 노량진동의 스마트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지나치게 높은 물건을 제외하고 거래 가능한 시장가에 나오면 3일 안에 계약된다”며 “다만 물건이 부족한 데다 지난 3월 거래가 많이 이뤄져 지금은 매도자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색역세권 개발 호재가 있는 은평구 수색동의 수색·증산뉴타운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르면 올 하반기 수색9구역, 증산2구역에서 신규 분양이 이뤄져 기대가 높다. 대지 지분 23㎡ 다세대주택은 3억원, 33㎡ 다세대는 3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1월에는 각각 2억5000만원, 3억원이었다. 매도 물건을 잡기 위한 중개업소 간 경쟁도 치열하다. 수색동 월드공인의 김태은 대표는 “무리하게 높은 가격이 아닌, 이전 실거래가보다 살짝만 높은 물건이 나와도 2~3일 안에 거래가 완료된다”며 “프리미엄 3억5000만원이 붙어 있는 증산2구역 입주권 물건은 특히 더 귀하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