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치매로 기억을 잃지 않는 법
기억은 행복의 원천이다. 누군가는 ‘얼마나 아름다운 노을을 많이 추억하느냐’가 행복의 척도라고 했는데, 추억은 기억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만약 기억이 없어진다면 삶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살아 있어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억이란 것은 행복은 물론이고 생존의 중추인 것이다.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치매’라는 병은 기억을 잃게 한다. 기억력은 물론이고 지남력(指南力·공간과 시간을 인지하는 능력), 판단력 및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기능에도 이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무서운 치매가 자꾸 늘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69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2024년에는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 명이 넘는 등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3년에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달하는 11조7000억원 정도가 사회적 비용으로 쓰였으며, 2050년이 되면 무려 4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에서는 향후 10년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치매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니 임상의로서도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치매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 하지 않았던가! 첫째, ‘위험요소 관리’다. 치매의 위험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 관리’와 흡연, 신체활동 및 인지활동 저하 등 ‘생활습관 관리’, 그리고 불면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리’에 힘을 써야 한다. 이들 위험도를 10~25% 정도만 줄여도 지구상의 치매 환자가 110만~30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둘째, ‘건강한 음식’이다. 밥이 보약이라고 음식을 잘 먹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좋은 연구 결과로 잘 알려진 것은 ‘지중해식 식단’이지만 우리 실정에는 다소 무리다. 차라리 골고루 잘 먹되 과식하지 말고, 채소는 많이, 지방과 탄수화물은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발효식품 위주의 전통 한식이 나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허탈하겠지만, 혹시나 하고 챙겨 먹고 있는 오메가3와 비타민 E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셋째, ‘머리 쓰기’다. 인지 기능 저하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화투놀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도 도움이 된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미술, 노래 부르기 같은 예술 활동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넷째, ‘정신건강 돌보기’다. 노인 우울증은 적지 않은 경우 치매로 발전한다. 우울증이 치매의 전구증상인지 또는 우울증의 인지 기능 저하가 치매로 발전하는 것인지 명확지는 않지만, 요즘은 노인 우울증을 과거보다 더 심각하게 다루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불면증도 마찬가지다.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는 수면 중에 정상적으로 제거돼야 한다. 하지만 잠을 못 자면 배출되지 않고 뇌세포에 쌓인다. 그래서 불면증 환자에게서 치매가 많은 것이다. 주의할 점은 수면제 사용은 오히려 치매의 위험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불면증이 있다면 ‘수면 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전문의와 상의해 원인을 치료하고, 수면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운동’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대뇌기관이 있다. 정상적으로는 1년마다 부피가 1~2%씩 줄어들지만 걷기 운동을 하면 해마 위축이 감소한다. 또 적절한 운동으로 치매 발생률을 약 40% 낮출 수 있다고 하니 다른 어떤 방법보다 더 효과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이 적절할까. 하루 20분 이상, 1주일에 5회 이상, 중(中)강도의 운동을 추천한다. 중강도 운동이라면 최대 심박수의 70%에 달하게 하는 운동을 말하고, 대개 조금 숨이 차고 약간 힘든 정도의 운동이면 적당할 듯하다.

안타깝게도 치매는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건강관리, 음식, 게임, 운동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은 인지 기능이 건강한 당신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으니 삶이란 스스로 돌보는 자에게 행복을 준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