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방법 없다"…대기업과 美 의존도 높은 중견기업 온도차도

국내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9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가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CEO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관세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같은 철강업계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온도차가 감지됐다.

휴스틸 박훈 사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민관합동대책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25% 관세의 영향에 대해 "다들 생각하는 그 정도"라며 "관세가 부과되면 판매처가 과연 한국 물건을 계속 사야 하는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해외공장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동남아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캐나다에도 들어갔는데 거기 물량이 미국만큼 많지 않다"면서 "미국에 간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들은 우리 정부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에 봐달라고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세아제강 이휘령 부회장은 "철강업계 전체가 다 많이 힘들고 타격이 크다"며 "상당히 안타깝고 아쉽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세아제강의 베트남 공장 등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베트남은 베트남 나름대로 할 것이며 정부와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한 대기업은 미국 의존도가 높은 중견업체보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현대제철 강학서 사장은 "당초 12개국 53%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는데 전체 국가 25%가 나와서 관세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며 "미국무역대표부와 적극 협의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강 사장은 "꼭 수출해야 할 부분은 관세를 물더라도 수출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내수나 타지역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정탁 부사장은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정부와 같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철강 수출국도 같이 포함된 만큼 국내 업계만 특별히 더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동국제강 임동규 부사장은 "미국 내수가격이 벌써 올라가고 있는데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관세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은 어차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임 부사장은 "이것보다는 사실 연례재심이 많이 걱정된다"며 "정상적으로 하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다른 고려를 하니까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한번 부과한 관세에 대해 매년 연례재심을 통해 덤핑 여부와 관세율을 다시 결정한다.
'비상소집' 철강CEO "25% 관세, 미국 수출에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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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