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도심 주요 부지에 땅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통상 자산주로 분류한다. 주가가 높은 자산 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내수 부진 속에서 ‘나홀로 질주’ 중인 신세계는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자산 가치보다 성장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더 뛸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빅데이터 이 종목] 백화점주 울상인데… 나홀로 웃는 신세계
◆백화점이 끌고 면세점이 밀고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 주가는 올 들어 11.33%(27일 종가 33만4000원) 상승했다. 1년으로 시계(視界)를 넓혀 보면 상승 곡선은 더 가파르다. 최근 1년간 64.53% 뛰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1조9493억원에서 3조2883억원으로 1조3000억원가량 불어났다. 현대백화점(2조1507억원)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 규모로 신세계는 롯데쇼핑, 현대백화점에 이어 백화점업계 3위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37.2%)로는 1등이다. 주가에는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롯데쇼핑은 올해 3.77% 오르는 데 그쳤고, 현대백화점은 12.06% 떨어졌다. 롯데쇼핑의 이날 종가는 20만6500원, 현대백화점은 9만1900원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5303억원으로 전년보다 43.6%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2.7% 증가한 39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신세계는 전년보다 37.2% 많은 344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영업이익 1520억원)에도 증권업계 추정치 평균(1280억원)을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냈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백화점 부문이 끌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충격을 이겨낸 면세점 부문이 밀었다. 개점한 지 1년 만에 흑자전환(60억원)한 동대구점의 성공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차별화된 경쟁력 통했다

백화점 3사 중 신세계는 유일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02배로 1배가 넘는다. 0.40배에 불과한 롯데쇼핑과 0.57배인 현대백화점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것으로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신세계를 유통업종 최선호주로 꼽는다.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들어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4개 증권사가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최고가는 하나금융투자가 제시한 43만원이다. 증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점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매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점포로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했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한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가량으로 경쟁사(10% 안팎)의 두 배에 이른다.

과감한 영역 확장과 한발 빠른 의사결정도 보수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다른 백화점과는 달리 성장주로서의 매력을 높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발표한 온라인 사업 확장과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 지분 92.35%를 1836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사업부 분할과 투자 유치를 통한 온라인사업 가치의 재평가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을 발판으로 한 홈퍼니싱(집 꾸미기) 시장 개척,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출점을 통한 화장품 전문점 시장 진입 등 새로운 시도들이 주가에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