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규제 안 없애면 한국서 세계적 금융회사 안나올 것"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반도체·철강·조선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나왔지만 금융에서는 이런 기업이 없다”며 “규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이임식을 하고 “금융투자산업은 은행에서 거절당한 저신용 경제 주체들에게 모험자본을 공급해 혁신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전에 커다란 규제의 벽을 쳐놓으면 자율과 창의가 뛰어놀 공간이 좁아진다”며 “상상력이 제한된 공간에서 성장하는 금융산업의 체력은 허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정부는 멀리서 업계가 뛰어노는 걸 보다가 결정적일 때 들어와서 ‘치(治)’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장주의를 강조했다.

황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말한 ‘무술통공’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무술통공은 1792년 조선 정조가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일반상인에게도 상거래를 허용한 ‘신해통공(辛亥通共)’에서 따온 말이다. 은행 진입 규제를 낮춰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은행권에서 새로운 경쟁이 일어난다면 한국 금융업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혁신을 추진하는 금융위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달려온 지난 3년이 20여 년의 금융인 생활에서 가장 보람찬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초대형 투자은행(IB)과 한국형 헤지펀드(사모펀드)의 기틀을 닦았고, ‘기울어진 운동장’론(論)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성을 환기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에 이어 금투협을 이끌게 된 권용원 신임 회장은 오는 5일 취임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