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가치소비가 시장 주도… 1인가구, 도시락·셀프빨래방도 '주목'
‘20, 30대 여성을 잡으면 성공한다.’ 창업시장의 불문율이다. 올해도 이런 원칙은 통했다. 여성 고객이 70~80%가 넘는 베트남 쌀국수, 수제샌드위치가 인기를 끌었고, 수제버거와 수제쌀핫도그도 여성 소비자들 덕에 시장이 커졌다. 수제샌드위치는 글로벌브랜드인 ‘써브웨이’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브랜드 ‘샌드리아(사진)’도 직장여성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선전했다.

과당경쟁인 커피전문점 시장에서도 돌파구는 여성이었다. 이들이 좋아하는 케이크, 빵, 베이글, 샌드위치, 토스트 등 디저트를 내세운 카페가 많이 증가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를 포함해 ‘라떼떼’ ‘커피베이’ ‘디저트39’ 등이 대표적이다. 주점은 젊은 직장여성들을 타깃으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한 칸막이 인테리어를 한 이자카야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서울 교대 앞에 있는 ‘이주사목로청’ 등이 수혜를 봤다.

1인가구 트렌드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700개 점을 넘어선 1위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 등 도시락 판매가 크게 늘었고 점포 내에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이팅 라운지’ 점포도 인기였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본도시락’ ‘오봉도시락’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과당경쟁에 빠진 편의점들은 도시락 등 신선식품 비중을 높였다. 도시락과 샐러드뿐 아니라 술안주 등 식품 메뉴를 다양화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음식 편의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주 고객인 세탁편의점과 셀프빨래방도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가성비를 넘어 ‘나만의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고급음식인 장어와 한우1등급 소고기까지 무한리필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1인당 2만원 내외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장어와 한우1등급 소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한장소’와 ‘소도둑’ 등의 점포가 늘었다. 배달업종에서도 가치소비 흐름이 있었다.

레드오션 시장인 치킨은 무항생제 닭과 쌀가루로 튀긴 치킨이 큰 주목을 받았다. ‘자담치킨’과 ‘안심치킨’은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지만 올해 점포가 많이 늘어났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찾으려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산도 올해 창업시장에 영향을 줬다. 스크린야구 스크린테니스장 스크린사격장 방탈출 카페 VR방 등이 많아졌고, 짧은 휴식을 위한 수면카페 마사지숍 힐링카페 창업도 인기였다. 공부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모임공간을 대여해주는 ‘토즈’는 올해만 100여 개 점포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