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야경 보러 홍콩 갈 거 없데이. 마천루 야경은 해운대가 훨씬 낫다카이.”

2009년 1100만 명이 넘는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해운대’. 영화 촬영장소라는 소문이 나면서 부산의 새 관광명소로 떠오른 곳이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있는 이기대(二妓臺). 임진왜란 당시 두 명의 기녀가 적장을 안고 투신한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육지 쪽으로 돌아서면 보이는 광안대교와 하늘을 찌를 듯 즐비하게 솟아 있는 마천루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가장 많은 곳이 부산, 그중에서도 해운대이기 때문이다.
高高한 해운대…'50층 이상 마천루' 강남의 세 배
부산 초고층 빌딩 수, 곧 서울의 두 배

전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4개 중 1개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중인 건물(3개)까지 포함하면 해운대구의 초고층 건물은 모두 28개다. ‘대한민국 경제 1번지’라는 서울 강남구(9개)보다 세 배 이상 많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6일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초고층 건축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총 107개다. 초고층 건물이란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GTBUH) 기준에 따라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 건물을 말한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28개로 가장 많아 서울(22개)을 압도했다. 인천과 경기가 각각 19개로 뒤를 이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부산 해운대구에 25개, 서울 강남구에 9개가 있다. 건축 중인 초고층 건물까지 포함하면 수년 내 부산이 서울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에는 해운대구에 3개를 비롯해 부산진구(3개), 남구(4개), 중구(3개) 등 총 13개의 초고층 건물이 하루하루 층수를 쌓아올리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는 영등포구와 성동구에 각각 1개만 공사 중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광안대교를 타고 해운대로 넘어가다 보면 정면에 층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높은 빌딩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란히 보이는 두산위브더제니스 101동(80층), 두산위브더제니스 102동(75층), 해운대 아이파크 주2동(72층), 두산위브더제니스 103동(70층) 등 국내 건물 중 높이 2~5위(층수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 101동은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최고층이었으나 지난 4월 문을 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에 ‘왕좌’를 내줬다.

‘VIP 마케팅’으로 상류층에 어필

부산지역, 특히 해운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이유는 바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2010년대 들어 유통, 문화시설 등이 조성돼 재력가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VIP 마케팅’으로 상류층을 겨냥하면서 3.3㎡당 수천만원에 달했던 분양가가 무색할 정도로 매매가격은 폭등했고, 잇단 분양 성공에 건설사들도 추가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해운대구 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당초 분양가격은 수도권의 절반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3~4배 올랐다”고 말했다.

‘마천루 숲’ 인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가 있다. 2009년 백화점 개장 이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극장인 영화의전당(2011년),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2012년) 등도 잇따라 들어섰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옛 한국콘도 자리에는 101층짜리 해운대관광리조트인 엘시티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80층 이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에 초고층 빌딩이 많은 이유는 장산(山)과 해수욕장, 동백섬, 수영강변 등을 끼고 있는 데다 신세계·롯데백화점, 20여 개의 화랑 등이 있어 여유 있는 문화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승현/부산=김태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