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5. 4. 선고 2014스122 결정 : 상속재산분할>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8. 7. 11. 사망하였고,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자녀들인 청구인 B(장녀) 및 상대방들 C(차남), D(삼남), E(4녀)가 있다. 상대방 C와 D는 망인의 생전에 망인으로부터 수십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등을 증여받았지만, 청구인 B와 상대방 E는 받은 것이 거의 없었다.

망인은 사망할 무렵 그 명의로 4억 원의 W은행 예금채권과 2억 원의 H은행 예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이 두 개의 예금채권을 합하여 ‘이 사건 예금채권’이라 한다). 그런데 상대방 C는 망인의 예금통장과 인장을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망인이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2008. 7. 10. 망인의 H은행 예금계좌를 해지하고 2억 원을 인출하였다. 상대방 C는 그 중 1억원을 상대방 D의 예금계좌에 입금하여 나누어 주었고, 나머지 1억원은 자신의 예금계좌로 입금하였다. 이로써 상속개시 당시 망인은 위 W은행 예금채권 4억 원과 상대방 C와 D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2억 원을 보유한 상태였다.

한편 상속이 개시된 이후인 2010. 8. 26. W은행은 위 W은행 예금계좌에 있는 돈을 법정상속분에 따른 동등한 비율로 청구인과 상대방들 앞으로 각 공탁하였다. B는 서울가정법원에 이 사건 예금채권을 분할하여 달라는 취지의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1] 예금채권과 같이 급부의 내용이 가분인 채권은 공동상속되는 경우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가분채권을 일률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들 중에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 초과특별수익자는 초과수익을 반환하지 않으면서도 가분채권은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받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나타난다.

그 외에도 특별수익이 존재하거나 기여분이 인정되어 구체적인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상속재산으로 가분채권만이 있는 경우에는 모든 상속재산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되므로 수증재산과 기여분을 참작한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을 받도록 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1008조, 제1008조의2의 취지에 어긋난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상속재산분할을 통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형평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가분채권도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상속개시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던 재산이 그 후 처분되거나 멸실, 훼손되는 등으로 상속재산분할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었다면 그 재산은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상속인이 그 대가로 처분대금, 보험금, 보상금 등 대상재산을 취득하게 된 경우에는, 대상재산은 종래의 상속재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가 변경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의 본질이 상속재산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포괄적,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공동상속인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에 있는 점에 비추어 대상재산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될 수는 있다.

Ⅲ. 해설

1. 가분채권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할에 참여할 상속인과 분할대상으로 되는 상속재산의 범위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여야 한다. 분할의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을 확정하는 데 있어서는 채권, 특히 가분채권이 문제된다. 불가분채권이나 불가분채무가 분할대상이 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가분채권과 가분채무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뉜다.

가분채권에 관하여는 ① 상속개시시에 당연히 분할채권관계가 성립하여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소극설, ② 분할채권관계가 성립하더라도 공평한 상속재산분할을 위해 분할심판에서는 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적극설, ③ 분할의 대상으로 삼기로 하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합의가 있거나 가분채권까지 분할하는 것이 구체적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하여 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절충설이 있다. 실무에서는 절충설에 따르는 예가 적지 않다.

판례는 공유설에 입각하여 망인의 예금채권 등 가분채권이나 금전채무와 같이 급부의 내용이 가분인 채무가 공동상속된 경우, 이는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이 사건과 같은 예금채권은 가분채권으로서 상속개시와 동시에 공동상속인들에게 그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6. 7. 24. 선고 2005스83 결정 등).

그리고 금전채무와 같이 상속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상속채무에 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분할의 협의가 있는 경우 이러한 협의는 민법 제1013조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의 협의분할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위 분할의 협의에 따라 공동상속인 중 1인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여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면책적 채무인수의 실질을 가지므로,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다른 공동상속인이 법정상속분에 따른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하기 위하여는 민법 제454조의 규정에 따른 채권자의 승낙이 필요하고, 여기에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규정하는 민법 제1015조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8809 판결).

그러나 상속인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 초과특별수익자는 초과수익을 반환하지 않으면서도 가분채권에 대하여는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분할받게 되고, 또한 상속재산으로 가분채권만 있는 경우 특별수익자는 자기의 상속분 이상으로 분할받게 되는 반면 기여자는 기여분을 평가받지 못하게 되어 공동상속인간에 불공평한 결과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으로 인하여 법정상속분의 재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분채권을 분할대상인 상속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상속인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하급심 결정들이 있었다(예컨대 서울가정법원 2005. 5. 19. 선고 2004느합152 결정).

대상 판결의 1심과 항소심도 이와 같이 판단하였다. 이러한 하급심의 태도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채택했다는 점에 이 사건의 의의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가분채권인 예금채권이 상속재산의 전부를 차지하고, 공동상속인들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존재하므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형평을 기하기 위하여 이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옳다. 판례의 태도에 찬성한다.

2. 대상재산(代償財産)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 사건 상속개시 당시에는 상속재산인 예금채권이 존재했었지만, 상속재산분할 당시에는 그 예금채권이 공탁금출급청구권, 부당이득반환채권 등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과연 이런 경우에도 애초에 존재하였던 예금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원심은, 이 사건 예금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분할하였다. 그러나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분할 당시에 그 재산이 상속재산 중에 존재해야만 한다.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이미 변형되어 존재하지 않게 된 예금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대법원도 상속개시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던 재산이 상속재산분할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었다면 그 재산은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종래의 상속재산인 예금채권이 변형된 공탁금출급청구권,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상속개시시부터 상속재산분할시까지의 사이에 상속재산의 매각대금, 멸실이나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금 또는 보험금, 수용에 따른 수용보상금 등 상속재산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가 변형된 대상재산도 상속재산과 동일시하여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소위 ‘대상재산(代償財産)’이론이다. 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대상재산이론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상재산도 결국은 가분채권이므로 당연히 공동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사건처럼 공동상속인들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상재산도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법원도 상속인이 대상재산을 취득하게 된 경우에는, 대상재산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될 수는 있다고 판단하였다.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대법원이 대상재산이론을 명시적으로 채택한 최초의 판결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학문적으로만 논의되어 오던 이론을 대법원이 채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