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등에 이어 신(新)한류로 ‘K포맷’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한경 9월23일자 A1, 9면). K포맷은 한국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기획부터 구성과 제작방식까지의 과정으로,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국내 방송계의 지난해 K포맷 수출액은 5000만달러로 추산된다. 6년 새 50배의 성장세다. 한국 연예 프로그램 방식이 황금시간대 미국 방송을 타고, 유럽으로도 가고 있으니 질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비약이다. 요즘 중국의 견제에 휘말려 수출 한류의 확산이 주춤해진 터여서 더욱 반갑다.

K포맷의 약진은 문화콘텐츠산업에 개척할 분야가 얼마든지 있고, 미개척 시장도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은 콘텐츠 경쟁력과 세일즈 역량에 달렸다.

올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이 33억달러로 역대 최대라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중 FTA, 한·미 FTA 등 개방 폭이 넓어질 때마다 “한국 농업은 죽는다”는 우려와 패배의식만 넘쳤다. 하지만 해외진출 길도 그만큼 넓어졌다. 3배 가격차에도 한국산 분유와 우유를 선호한다는 중국 고급 소비자들을 잡으면 활로는 있다. 나주 배가 덴마크왕실 입맛을 사로잡아 수출로 이어지게 됐다는 사례를 보면 네덜란드나 뉴질랜드 수출전략을 우리가 못 해낼 이유도 없다.

K포맷 약진, 농식품 선전에서 수출전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미드’를 수입해오다 미드 본고장으로 수출해낸 것처럼 역발상도 필요하다. 일본에 처음 수출된 연천 단호박은 도전 못 할 시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 정부도 기업들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감독·지도’보다 ‘지원’이 먼저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