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부동산 투자회사 공공그라운드에 매각된 서울 대학로 샘터 사옥.
신생 부동산 투자회사 공공그라운드에 매각된 서울 대학로 샘터 사옥.
39년간 서울 대학로를 지켜온 샘터 사옥이 새 주인을 찾았다. 바로 신생 부동산 투자회사인 ‘공공그라운드’다. 공공그라운드는 이 건물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영리기구(NGO)를 입주시켜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space·협업공간)’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성구 샘터사 대표는 14일일 “샘터 사옥을 매각하고 혜화동 로터리 인근 건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 2층~지상 5층의 붉은 벽돌 건물인 샘터 사옥은 1979년 지어진 이래 대학로의 대표적 건물로 사랑받아왔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건물은 1층 면적의 상당 부분을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로 내준 열린 구조와 담쟁이덩굴로 덮인 외벽 등으로도 유명하다. 1979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 대표의 부친이자 샘터사를 창립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별세한 뒤 상속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로 나왔다.

김 대표는 “건물을 매물로 내놓은 뒤 40여 군데에서 매입 의사를 밝혀왔지만 건물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팔고 싶어 매각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계약은 오는 27일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샘터 사옥의 새 주인인 ‘공공그라운드’는 신생 부동산 투자 및 관리 회사다. 제현주 공공그라운드 대표는 “공공을 위한 가치를 고려하면서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신생 회사”라며 “샘터 사옥처럼 문화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물을 매입해 보존하는 동시에 사회 혁신을 위한 실험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립자인 이재웅 씨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공공그라운드는 샘터 사옥에 스타트업 또는 비영리기구를 입주시켜 합리적 가격의 대여료를 받는 협업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사옥 내 파랑새극장과 갤러리는 보수 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샘터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내준 1층 역시 그대로 둘 예정이다.

제 대표는 “오는 12월께 문을 열 계획”이라며 “담쟁이 덩굴 등 샘터 사옥 외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