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부부 맹견에 물려 중상…입마개 등 없어 행인들 위협
작년에만 사고 1000건 넘어, '펫티켓' 실종…제도 마련 시급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개 물림 사건이 급격한 증가세다. 지난 4일 충남 태안에선 70대 할머니가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에 물려 사망했다. 지난 6월 전북 군산에서는 대형 썰매견 ‘맬러뮤트’가 길을 가던 9세 소년의 팔과 다리 등 10여 곳을 물고 달아났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동물보호법은 보통의 반려견과 별도로 맹견에 대한 주인의 관리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가 법이 정한 맹견이다. 3개월 이상 된 맹견을 데리고 외출하려면 목줄 외에 입마개를 채우는 게 필수다. 어길 시 5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나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형견도 외출할 땐 목줄을 채우고, 법상 맹견이 아니어도 중·대형견엔 입마개를 채우는 게 ‘펫티켓(펫+에티켓)’이지만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내 개는 괜찮다’고 안일하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자율에 맡겨진 반려견 양육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의 맹견 소유주들은 정부 허락 없인 맹견을 번식시키거나 판매·교환할 수 없다. 스위스에선 맹견을 기르려면 별도 면허를 따야 한다. 이형석 우송대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개 물림 사고는 치명상의 위험이 높은 만큼 체계적 관리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