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 "증세 앞서 복지 수준 합의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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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증세 논의와 관련 "그에 앞서 복지수준 설정 등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금의 논의는 증세 자체가 목적이자 '절대선(善)'인것처럼 포장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마치 부자증세가 되면 모든걸 해결할 것 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최근의 증세·감세 논의에 대한 바른정당의 입장을 말해달라.
"바른정당은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에 대항해 싸우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여당은 '부자증세'를 내놨고 자유한국당은 담배세 인하 등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 일단 여당의 증세론은 복지를 위한 재원마련 차원의 증세가 아니라 '증세를 위한 증세'다. 목적 자체를 증세로 놓고 있다고 우리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여당의 증세 논의에 맞불을 놓기 위해 이러는 것 같다. 정책을 이런식으로 양쪽 도박판에 판돈 걸기식으로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극좌·극우 포퓰리즘이 우리 사회에 스멀스멀 퍼져나가는듯 한데, 바른정당은 포퓰리즘으로부터 미래세대를 지키겠다."
▶한국당은 오래전부터 담배세 인하를 계속 주장해왔는데, 맞불이라는 표현은 안 맞지 않나?
"그렇다면 법안발의를 대선 중에도 할 수 있었고 나중에 지금과 관계 없는 시기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치 기다렸다는듯 증세 논의가 나오니 담배세 인하를 들고 나왔다. 법안의 타이밍을 보면 본인들의 부자증세를 반대하면 반 서민 측면에 서게 되니 그 명분을 희석시키기 위해 일종의 포퓰리즘 법안을 내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바른정당도 전반적인 세제개편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그에 앞서 중부담중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복지제도의 정비, 복지수준 설정 등 합의가 필요하다. 여당은 지금 어떤 복지 제도의 모습을 갖출 것인지, 그를 위해 재원이 얼마가 필요한지, 재원 조달을 위한 조세방법은 어떻게 할건지 등을 논의해야하는데 이 모든걸 생략하고 있다. 증세 자체가 목적이 돼서 증세가 '절대선(善)'인것처럼 포장됐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재원 178조도 근거 없이 제시됐다.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기존 22%에서 25%로 세율을 상향하는 안과 소득 5억원과 3억원 이상에도 2%포인트 올리는 등의 '부자증세'는 100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필요한 178조의 재원 중 10분의 1을 확보할 수 있을까 말까 한다. 부자증세보다 더 보편적인 증세가 필요하다. 증세하지 않으면 국가채무를 늘려야할 것이다. 미래세대에 채무폭탄을 떠넘기는 결정이다. 이런 설명도 없이 마치 부자증세가 되면 모든걸 해결할 것 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바른정당의 증세안이나 방향은?
"구체적인 안은 어느 수준의 복지를 하고 재원이 필요할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세율과 구간만 먼저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큰 방향에서는 자산이나 소득에서 담세 여력(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좀 더 많이 부담을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조세의 누진성이 보장이 되어야 조세 정의에 합당하다. 증세를 논의할 때 그 규모를 먼저 정하고 누가, 얼마나, 어떤 세목에서, 얼만큼 조달할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면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논의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 모임을 주도했다. 자산가 입장에서 재벌개혁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우리 사회가 워낙 단기간에 압축성장해 그동안 큰 병폐가 많이 자리잡았다.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면 공동체의 위기가 초래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것을 막는게 보수정당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정당이 그런 일을 하는게 이상한 게 아니다. 내부적인 자기모순에 빠진 부분들을 풀어가고 자기개혁 하는 게 보수정당의 본질적이고 당연한 부분이다.정당이 이걸 안한다면 수구정당이 된다. 우파든 좌파든 각각의 지지 세력이나 진영의 병폐들을 눈감아주고 가면 거기서부터 문제점들이 시작된다. 이걸 치유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개인적인 계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
▶과거 새누리당 소속 의원 시절과 지금 차이가 있나
"새누리당 있었을 때 개혁 의제를 얘기해도 수용이나 반영이 잘 안됐다. 그런 점들이 지금 와서 보니 가장 근본적인 관점 차이였다는 것을 알겠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과연 이 시대가 품어야할 가치를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극우정당화 되어버린 자유한국당의 모습에 저희는 측은지심 가지고 있다. 개혁을 하려거든 제대로 하거나, 못하겠다면 문을 닫는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가 있다.
"개인적 인지도를 높이는게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에 들어있지 않아 서운하게 생각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 국민들이 저를 못 알아봐주셔도 제가 의원으로서 하는 일이 나라에 도움되고 국민에 도움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를 국민이 잘 모르시는 게 편하게 생각된다."
▶당이 청년층에 지지를 받을수 있는 방안이 있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른정당을 교육·토론·정책의 '플랫폼'으로 만드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것이란 인식이 있었다. 정치인 사이에서 권력다툼하느라 국가과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도 허다했다. 그에 대한 반성에서 정치가 플랫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른정당이 지향하는 교육 플랫폼은 일반시민이 실제로 구체적으로 정책을 이해하고 정치 과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 민주사회에서 토론문화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러워 져야 한다. 우리는 너무 암기 주입식교육에 익숙했고 정치를 정치인만의 것으로 여긴다. 마지막으로 바른정당은 정책 플랫폼을 지향한다. 앞서 말씀드린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정책으로 구체화돼 시민의 삶을 이끌어가는 것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칭으로는 정책클럽이라 해서 각분야 전문가, 활동가, 일반 시민들이 아주 폭넓고 자유롭게 다양한 주제로 참여할 수 있도록하는 플랫폼을 바른정책연구소에서 준비하고 있다. 세가지가 어우러져 이전과 다른 정당의 모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바른정당이 하는 청년정치학교 9월부터 6개월 간 운영예정인데 많은 젊은 인재들이 제대로된 정당에서 제대로된 정치에 관한 교양과 깊이 있는 철학, 그리고 피부 닿기로는 생활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익한 과정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바른정당 소속의원들의 '엄친아' 이미지가 강하다.
"타당한 말이고 이해한다. 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당대에서 스스로 입지구축한 자수성가한 분이 많이 이끌어가는 그런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금수저만 잘되고, 흙수저는 기회의 벽에 갖혀버리는 이런 사회는 우리가 막아야 한다. 정치 지도자도 가능하면 당대에서 성공하신 분들이 이끄시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바른정당도 회식 때 삼겹살같은 음식을 먹나.
"우리도 회식 때 삼겹살 먹는다.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회식은 여의도에 있는 식당들에 자주 간다. 돼지갈비집도 가고. 가끔은 한식당에 갈 때도 있지만 보통 모두가 가는 그런 식당들에 간다. 요플레 뚜껑에 묻은 요플레도 긁어 먹는다. 핥아먹진 않지만. 아이스크림 콘도 끝까지 다 먹고."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 등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은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다. 세계 경제가 무너졌는데도 독일이 버티는 이유는 하르츠 개혁 덕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고, 미니잡을 통해 틈새에서 작은 일자리지만 더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것들이 복지 재원의 부담을 덜어주고 복합적으로 맞물려 지금의 독일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이 더이상 일자리 만들기를 내세우는 것이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시대상황과 맞지 않다. 이런 구호성·선심성 공약들은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고용경직성이 높아진 사회가 경기 침체로부터의 회복성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해소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격차 해소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목표로 삼아서는 다른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도하기로 했는데 이들이 어떤 운명을 맞는지가 우리 사회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사회의 축소판이자 테스트 베드로 결과가 상당히 주목된다."
▶기업인의 정계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바람직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정도에서 혁신가를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가 의회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산가가 일정부분 들어온건 타당하고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지나치게 중요한 역할 하게되는 건 우려스럽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결합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든 권력이나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 의장의 정치목표는?
"이 사회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목표가 있다. 무너지는 요인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외부적으로는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이 아닌 다른 형태의 타협안이 나오지 않도록 막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내적으로는 경제력 집중을 풀고 양극화를 완화해나가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돼서 대한민국이 국가공동체로서의 통합이 안될정도로 무너지는걸 막아야 한다. 또 이렇게 무엇을 무너지는걸 막는 것만 해서는 미래에 대한 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과 경제성장의 방법들을 찾아나가는 것들이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그 일을 하는데 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안 알려지면 더 고맙고. 의미있는 씨앗들을 뿌려 놓으면 그것들이 좋은 열매 맺을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바른정당의 애매한 지지층, 취약한 기반 인정하나
"인정한다. 창당 6개월 남짓 됐지만 좌파 우파 포퓰리즘 극단주의 세력과 싸우는게 바른정당의 사명이고 건강한 중도, 합리적인 정치 세력이 주류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에 절대적으로 도움될 것이다.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3지대'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이 최종적으로 선거를 통해 의사결정 한다. 국민의 선택을 믿고 맡겨야 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겸허하게 받들어야할 것이다. 목표를 위해 수단을 다 동원해도 된다는 것은 좌파 우파 전체주의의 논리다. 이것은 우리가 싸워야할 대상들의 부당한 방법들이다. 우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의 이성과 균형잡힌 판단을 믿는 거다. 국민의 판단에 믿고 맡길 수 밖에 없다."
▶ 김무성 의원 노룩패스 어떻게 생각하나?
"김무성 전 대표가 그렇게 권위적이서 그렇게 한 건 아니고, 자동문 안에서 보좌진이 밖에 있다는 걸 알아보시고 충분한 교감 하에 가방을 보내셨다. 너무 단면만 부각된게 아닌가 싶다. 평소에 아주 소탈하신 분이다."
김소현/박종필 기자 ksh@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